정몽준 의원이 17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한일 월드컵이 끝난 이후 이른바 '정풍'(鄭風)이라는, 지지도의 상승세 속에 사실상의 대선행보를 계속해 왔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함께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정치인이니,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 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재벌 2세', '검증되지 않은 정치인', '월드컵으로 뜬 인기'라는 식의 평가도 결국에는 유권자가 판단할 일일 뿐 이 자리에서 그의 출마를 싸고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을 위해 몇 가지 고언(苦言)을 하고자 한다.무엇보다 우선 선친인 고 정주영 회장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경영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기업자금을 정치일선에 뿌리고 기업의 조직과 인력을 정치현장에 투입, 결과적으로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고 기업을 망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대(代)를 이어 출마했다"는 비아냥을 극복하려면 이번의 대선 출마가 '정치인 정몽준'의 자격으로 이루어져야 하지, '현대중공업의 대주주' 또는 '현대가(家)의 2세'가 나서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정 의원은 당장이라도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출마의 변으로 내건 '정치개혁'을 정말 몸으로 실천할 것을 권한다. 가뜩이나 대선정국이 이념과 정책은 내팽개치고 오직 '당선 가능성' 하나만을 염두에 두고 이합집산이 거듭되고 있는 판에 정 의원의 가세가 국민에게 또 다른 혼란요소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혹시나 하는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노릴 게 아니라 확실한 '정몽준의 정책'제시를 통해 당당하게 유권자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추한 승자(勝者)'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아름다운 패자(敗者)'가 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정치개혁의 길이라는 각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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