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매우 성능이 뛰어난 망원경을 발명했다. 멀리 떨어진 곳까지 자세히 살필 수 있는 획기적 제품이다. 외계인은 그것을 가지고 지구를 살펴보았다. 먼저 지구상에서 가장 앞서 간다는 최강국 미국을 향해 초점을 맞췄다. 한 참을 바라보던 외계인은 "지구에서는 사람과 개 중 누가 주인인줄 잘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사람들이 개 뒤를 부지런히 따라다니며 개가 눈 똥을 열심히 치우고 있었다. 개는 '의젓하게' 볼일만 보면 됐다. 미국에 있는 친구가 우스개로 한 얘기다.■ 프랑스 파리시가 얼마 전 '개똥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시 당국은 거리에 널린 개똥 때문에 유럽에서 가장 더러운 도시라는 오명을 쓰게 되자 "삽을 들고 다니든가 아니면 벌금 183유로를 낼 준비를 하라"고 개 주인들에게 통보했다. 이에 따라 90명의 직원들이 거리 순찰을 돌면서 20만명이 넘는 개 주인들 가운데 자기 개의 똥을 치우지 않는 사람을 적발해 벌금 스티커를 발부한다. 파리시는 4월 거리에 개의 분비물을 방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내렸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강경책을 동원한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도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개와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잃어버린 개를 찾음. 나이 두 살. 사례금 200만원'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 상태입니다. 꼭 연락 주세요' '가족과 같은 개입니다. 아이들이 울고 있습니다'라는 전단이 쉽게 눈에 띄는 것을 보면 개가 정말로 '가족 같은' 세상이 되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그러나 개똥을 치우는데는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 아침에 재수 나쁜 일 중의 하나가 개똥을 밟는 것이라는데, 우리 애완견 주인들은 거의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최근 입가리개를 착용하고 배변용 봉투를 지참한 경우에 한해 애완견의 일반공원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어린이 공원이나 놀이터에는 애완견 출입을 금지했다. 놀이터 모래에서 인체에 해를 미치는 개 회충알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벌칙 규정이 없어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겠다. 개 주인의 '인간에 대한 예의'를 믿을 뿐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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