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도 외환을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 파는 시대가 열린다. 은행이나 종합금융사의 전문 외환딜러들만이 참여할 수 있었던 서울 외환시장이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문호를 활짝 개방하는 셈이다.서울은행은 16일 인터넷 금융솔루션 전문업체 에스엔뱅크와 제휴, 개인이나 중소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가격에 외환거래를 할 수 있는 '사이버 환전시장'을 개설, 17일부터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외환시장이 개설되는 것은 국내 처음. 한국자금중개나 서울외국환중개를 매개로 한 기존 외환시장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도매시장'이라면 '사이버 환전시장'은 금융기관(서울은행)이 실수요자(개인이나 기업)의 외환거래를 연결해 준다는 점에서 '외환 소매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외환거래 어떻게 이뤄지나
사이버 외환시장을 이용하려면 우선 서울은행 인터넷뱅킹에 가입해 인터넷 환전거래용 전용계좌를 개설하고, 가정이나 직장의 PC로 외환매매 관련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 프로그램 설치 후 사이버 공간에서 사자 주문이나 팔자 주문을 내면 시장 참여자들과 자유롭게 외환거래를 할 수 있다. 증권사를 통해 주식거래 시스템을 설치, 이용하는 방식과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현행 외국환거래법 상 개인들은 외환중개시장을 통한 직거래가 불가능한 상태. 이번에 개설되는 '사이버 환전시장'역시 현행법으로는 불법의 소지가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사이버 환전시장은 겉으로는 개인과 개인이 거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개인과 은행이 외환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매도자 A와 매수자 B가 시장에서 직접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A와 B의 주문을 일단 은행이 받은 뒤 사자환율과 팔자환율이 일치하면 은행이 대신 매매를 체결해주는 것이다. 내용상 은행이 거래체결의 당사자일 뿐 아니라 자금결제도 은행이 한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거래와는 다른 셈.
그러나 시장환율을 토대로 거래가 워낙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간 직거래와 다름없다는 게 은행측의 설명. 수수료도 0.075%로 기존 은행 창구를 통해 외환을 매매할 때 적용되는 수수료 0.99%보다 90% 이상 저렴하다.
예컨대 환율이 1,200원일 때 1,000달러를 매매할 경우 1만1,880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했지만 사이버 환전시장을 이용하면 900원만 내면 된다. 1인당 하루 거래한도는 100만 달러. 운영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 당분간은 달러 현물환 거래만 가능하지만 엔화나 유로화, 선물환이나 마진현물환, 외환스와프 등으로 거래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외환도 이젠 재테크 대상
외화투자는 기본적으로 '주가 예측보다 더 어렵다'는 환율에 대한 예측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에겐 매우 위험한 분야.
하지만 재테크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장기침체로 이렇다 할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앞으론 외환시장을 주목할 것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외환거래는 환율변동폭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주식투자보다 위험이 덜하며, 부동산 투자보다는 환금성이 뛰어나다는 장점도 있어 재테크 수단으로 서서히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하루 30억∼40억 달러 정도인 국내 외환시장의 규모도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 IBS개발 탈북자 출신 최세웅씨
'사이버 환전시장'의 기본 프로그램인 인터넷 외환거래시스템(IBS)을 개발한 최세웅(41)씨는 탈북자 출신 금융인이다. 국제 금융분야에서 북한 최고 엘리트로 명성을 날리다 1995년 12월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귀순한 그는 "이제야 고국의 외환시장 발전에 일조할 수 있게 됐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귀순 후 금융결제원과 나라종합금융 등에서 국제금융 업무를 하다 2000년 금융전문 솔루션업체 에스엔뱅크를 세운 최씨는 "개인간의 외환거래가 확대되면 금융기관들만의 폐쇄적인 '도매시장'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전망"이라며 "사이버환전시장의 개설이 외환거래 관행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에선 외환투자가 일반인들의 대표적 재테크 수단"이라며 "연말까지 사이버 거래규모를 하루평균 1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릴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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