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집에서의 이수영은 아직 제 색깔을 많이 드러내지 않았다. 3집의 '그리고 사랑해'가 록 색깔이 강하긴 했지만 많은 이들은 한번의 색다른 변신으로 생각했다. 4집 '마이 스테이 인 센다이'의 타이틀 곡 '라라라'는 그런 이들에게 비로소 이수영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곡이다." '라라라'는 에릭 클랩튼이나 스팅류의 언플러그드 사운드로 만들었어요. 기타와 목소리가 전면으로 나서고 현과 코러스는 뒤로 물러났지요. 박자를 강조했구요." 그런데도 편안하고 세련된 분위기는 전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수영이 지향하는 바는 분명해진다. 평범하지 않은 발라드다. "발라드라는 큰 틀은 허물지 않겠지만 지금의 주류보다는 한걸음 더 나아간 비주류의 음악을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다 안 맞는다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라는 얘기다. 확실히 이제까지의 익숙함 대로 들으면 '라라라'는 밋밋하고 심심하다. 하지만 여러 번 들을수록 한걸음씩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는 듯 느껴진다. 이수영은 그것을 "자기 선이 있지만, 가지치기를 하면서 느낌을 살리려 한" 자신의 목소리 색깔이라고 설명한다. "내세울 건 오직 목소리 하나뿐"이라는 변명과 함께. 후속곡의 가능성이 높은 '팬텀 오브 러브'도 샹송 분위기가 물씬하다.
새 음반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가수인 이수영을 포장하는 방식이다. 1,2집에서는 연예인 같지 않은 연예인으로, TV에서도 얼굴을 자주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이수영에게서는 제법 '연예인티'가 난다. 3집을 내고 방송 출연도 부쩍 늘었고 4월부터 두시간씩 '이수영의 감성시대'(MBC 표준 FM)를 진행한 덕에 말도 많이 늘었고 두 번이나 열 표 안짝으로 아깝게 놓친 순위 프로그램 1위 자리도 내심 욕심을 낸다. 그의 노래를 알리는 데 최대의 공신이었던 드라마식 뮤직 비디오는 멜로를 벗어나 처음으로 스릴러를 선보였다. 학교를 배경으로 귀신이 등장하는데, 직설적인 맺음말을 피한 노랫말의 '라라라'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재미와 음악은 제 인생의 두 축이에요. 1,2집 때는 음악 말고는 통 여유가 없었는데 3집 이후부터는 흐름이나 분위기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이번 음반부터 방송 시작 전에 전국 매장을 돌며 팬 사인회를 하는 것도, 음반을 산 사람에 한해 저렴한 가격으로 DVD를 살 수 있도록 하는 스페셜 패키지도 이수영의 인지도가 높아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듣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다. "제 노래는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감정을 단정하지 않으려 해요. 듣는 사람의 느낌대로, 경험대로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이유는, 감사하는 마음 때문이다. "제가 생각해도 벌써 4집을 냈나 싶어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제 음악을 들어주신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흔한 방송용 멘트이긴 하겠지만, 이수영의 말에서는 진심이 느껴졌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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