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소설의 선구자 빙허(憑虛) 현진건(玄鎭健·1900∼1943)이 말년에 재기를 꿈꾸며 머물던 인왕산 자락의 자택(본보 1월22일자 29면)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서울 종로구는 16일 "최근 구 문화재 자문위원회에서 빙허의 부암동 옛집을 사실주의 문학의 상징적 장소로 판단, 문화재 지정과 기념관 건립을 결의해 시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종로구 부암동 325의 2에 위치한 이 집은 8명의 소유주를 거쳐 76년부터 한 사업가가 소유하고 있으나 현재 사실상 폐가로 방치돼 있다.
빙허는 1936년 동아일보 사회부장으로 재직하던 중 일장기 말살사건에 연루돼 1년간 옥고를 치른 뒤 이곳에서 손수 닭을 치며 역사소설 '무영탑' '흑치상지' 등을 집필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94년과 99년 문화재 위원회에서 가치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고 다른 작가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문화재 지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종로구 관계자는 "부암동 집은 빙허의 흔적이 남은 유일한 곳인 만큼 시가 나서지 않으면 문학계와 연계하는 등 구 차원에서 보존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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