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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 out/영화, 극장이 끝이 아닙니다

입력
2002.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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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인 22일 영화 ‘친구’가 SBS TV를 통해 지상파에서 방영됩니다. 눈썰미가 있는 시청자라면 눈치채겠지만 극장에서 본 것과는 다른 버전의 ‘친구’입니다. 전국 820만명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지면에 차마 옮기기 어려운 비속어들이 가득하죠.때문에 방송을 위해 특별히 대본 수정 작업을 거쳐야 했습니다. 부산사투리를 감안해 ‘X나게’는 ‘억수로’로, ‘XX년아’는 ‘이 가스나야’로 바뀌었습니다.

비 오는 거리에서 장동건이 서른 몇 번인가 칼에 난도질 당한 후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라며 숨지는 장면,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외고 있을 정도죠. 때문에 국내영화를 지상파에 맞게 연출하는 건 외화더빙보다 더 어렵습니다.

이 장면에서도 대사를 치기 전에 칼에 무자비하게 찔리는 장면은 폭력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위질을 당합니다. 문제는 화면은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은데 대사가 방송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친구’처럼 오디오수정작업을 하는 방식을 쓰기 전에는 문제가 되는 대사는 무성영화처럼 아예 묵음으로 처리했죠. 국내 영화가 지상파 방송을 위해 대본수정작업을 하는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올2월 SBS가 ‘주유소 습격사건’을 방영하면서 처음으로 대본 수정을 거쳤고, KBS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이어 ‘친구’가 세번째입니다. 때문에 일부연기자는 방송을 위한 오디오수정작업의 필요성을 인식 못 하기도 합니다.

8월 하순 장동건 등 ‘친구’의 출연배우들은 재더빙을 했습니다. ‘챔피언’ 이후 초상권문제로 곽경택 감독과 투자사인 코리아픽쳐스와 등을 돌린 유오성만 빠졌죠. 유오성의 목소리는 부산출신의 성우 홍승섭이 대신 처리했습니다.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극장에서 시작해 비디오나 DVD, 케이블TV, 지상파TV 등 다양한 창구에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문화산업이죠. 지상파방송에 적합한 버전을 새로 만드는 작업은 이제 영화제작 과정의 일부로 여겨야할 겁니다.

감독이건 배우건 간에 영화가 소비되는 창구에 맞게 만드는 작업은 부수적인 일거리가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의무로 여겨야 할겁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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