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황석영(黃晳暎)씨의 장편소설 '심청, 연꽃의 길'을 10월1일(화)부터 연재합니다. 우리 문단의 큰 작가가 한국일보 독자와 세 번째 만나는 작품입니다. 황석영씨는 1974년부터 10년 동안 한국일보에 대하소설 '장길산'을 연재했으며, 2000년 10월 장편소설 '손님'으로 독자들과 재회했습니다.'심청, 연꽃의 길'은 작가 특유의 풍성한 입담이 첨예한 역사의식과 어우러지는 한바탕 굿 판이 될 것입니다. 삽화는 서양화가 임옥상(林玉相)씨가 맡습니다.
'심청, 연꽃의 길'은 고대소설 '심청전'과 판소리 '심청가'의 원전을 이룬 우리의 전래 무속 굿에서 모티프를 가져왔습니다. 심청 설화는 한반도 서해안 모든 지방에서 연행되는 용왕굿, 넋건짐굿, 재수굿 등에서 그 원형이 발견됩니다. 작가는 심청 설화에서 효(孝) 사상 대신에 산업화 시기 동아시아 여인들의 삶과 운명을 읽습니다. 효심 지극한 소녀 이야기가 아니라, 인신매매로 팔려간 처녀가 온갖 난관과 시험을 극복한 뒤 새로운 세계에 도달하는 구조로 파악합니다. 심청이를 구했다는 연꽃은 꽃이 아니라 매춘이며, 그가 살게 된 왕궁은 화류계라는 설정을 통해 매춘부로 전락한 동아시아 가련한 소녀들의 삶의 여정을 되밟아가며 서양에 의해 타의적 근대화를 이룬 동아시아의 비극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합니다.
심청 설화의 배경은 조선 영·정조 시대로 추정되지만, 작가는 소설의 배경을 19세기로 정했습니다. 심청은 천주교 박해가 일어난 기해사옥(己亥邪獄)부터 아편전쟁과 메이지(明治) 유신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의 격동기를 살아갑니다. 작가는 심청의 일생을 "몸이 자연에서 사물로 변화하는 '매춘의 길'이자, 동양이 서구의 시장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소녀에서 노파가 되기까지 중국의 개항지를 전전하다가 타이완(臺灣), 오키나와(沖繩), 일본을 거쳐 서해로 돌아오는 머나먼 도정을 감내하게 됩니다.
황석영씨는 고교생이던 1962년 등단한 뒤 '삼포 가는 길' '객지' 등 중·단편과 장편 '장길산' '무기의 그늘' '손님' 등을 발표하면서 최고의 리얼리즘 작가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는 방북 사건으로 10여년간 망명과 투옥 생활을 겪은 행동하는 지성이기도 합니다.
삽화를 맡은 임옥상씨는 서울대 미대와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를 졸업했으며, 민족미술협의회 대표를 역임하고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약해 온 서양화단의 주요 작가입니다. '심청, 연꽃의 길'에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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