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법사위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는 위헌 논란을 빚고 있는 총리서리제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추궁이 잇따랐다.한나라당 의원 중 맨처음 질의에 나선 최병국(崔炳國) 의원은 "헌재가 총리서리제의 위헌 여부를 명확히 밝히라"고 포문을 열었다. 박용상(朴容相) 헌재 사무처장이 답변에 나서 "1998년 김종필(金鍾泌) 총리서리에 대해 야당의원들이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던 예가 있다"며 "그러나 개인적 의견을 밝힐 수는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에 최 의원이 목소리를 높여 "빙빙 돌리며 애매하게 답변하지 말라"고 고삐를 조였으나 박 처장은 "학술집회에 나갔다면 답변할 수 있지만 이 자리에서는 곤란하다"고 피해 나갔다. 최 의원은 원하던 답변을 듣지 못하자 "헌재가 초기에 명쾌하게 판정을 내려 주었으면 유감스러운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며 헌재 책임론을 슬쩍 제기했다.
이어 심규철(沈揆喆) 의원은 총리의 임명 절차를 규정한 헌법 조문과 김종필 총리서리 사건 결정문을 인용하며 법리 압박에 나섰다. 심 의원은 "헌법에 총리를 비롯,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의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요한다고 해놓고 유독 총리만 서리제를 고집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박 처장의 견해를 물었다. 심 의원은 이어 "김 총리서리 사건 때도 3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으나 헌법소원을 낼 당사자 자격이 없다는 형식 논리에 따라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며 "헌재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판단을 회피하지 말라"고 밀어 붙였다.
이에 대해 박 처장은 오후 답변에서 "당시 의원들이 아닌 교섭단체가 권한쟁의 심판을 냈다면 각하가 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교섭단체의 권한쟁의 심판청구권을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박 처장은 총리서리제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 심판이 청구된 바 없어 답변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에도 심 의원 등의 항의성 질문이 있었으나 박 처장이 "헌재 연구관들의 연구 결과를 개별적으로 보내 드리겠다"고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의원들의 목소리는 잦아 들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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