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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株, 레저 붐 타고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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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株, 레저 붐 타고 "훨훨"

입력
2002.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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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본점 스포츠·캐주얼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에서 일하는 김은숙(32)씨는 벌써 '가을특수'를 만끽하고 슬슬 '겨울장사'도 준비하고있다. 주5일 근무 실시 등으로 여행·레저 붐이 일면서 가을 등산복을 찾는 고객이 급증, 9월 들어 보름 동안 매출이 작년보다 15% 이상 늘어났다. 김씨는 16일 "의류업체의 대표적 비수기인 7·8월에도 수영 등 여름 레저 패션 매출이 급증한데 이어 요즘은 겨울 스포츠를 준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본사에서 겨울상품 출시를 앞당겨 이미 5%정도 겨울 옷이 매장을 차고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내수 패션株의 비상

상반기 사상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던 의류·패션 산업의 호황이 가을·겨울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경기 불안에도 불구하고 주5일 근무제 실시와 건강·운동에 대한 관심 고조 등으로 스포츠·캐주얼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와 잭니클라우스(골프)·헤드·492마일즈(캐주얼)를 주력 브랜드로 삼고 있는 FnC코오롱은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25% 증가한데 이어 올 전체 성장률도 23%를 넘을 전망이다.

여성 캐주얼 'SJ'와 '시스템', 남성복 '타임옴므'를 내놓은 한섬은 상반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50.3% 늘어났다. 네티션닷컴(브랜드 Enc·96NY), 타임(타임·마인), 대현(주크·나이스클랍), F& F(엘르·레노마) 제일모직(빈폴·엠비오) 같은 패션업체들도 제품가격 상승에 힘입어 실적이 쑥쑥 커지고 있다.

증시에 상장된 패션업체의 주가도 날개를 펴고 있다.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한섬의 주가는 10%이상 급등하며 1만2,000원을 회복했고, 외국인 지분율도 최근 31.55%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코오롱상사에서 스포츠·캐주얼부문만 분할된 FnC코오롱은 1만원 언저리에 머물던 주가가 최근 10%가까이 상승하며 꿈틀거리고 있다. NSF의 의류산업 부분이 분할 상장된 F& F도 5일 연속 상승하며 4,000원을 넘었다.

▶패션 산업의 지각변동

패션주의 비상은 경기와 라이프스타일(생활패턴) 변화에서 출발한다. 키움닷컴증권 도은우 연구원은 "경기 불안에도 불구하고 의류 소비가 둔화하지 않는 데다 의류산업은 그동안 구조조정(기업분할과 핵심사업 집중)에 따른 수익성개선과 주5일근무에 따른 스포츠·캐주얼 수요 확대 등으로 하반기 꾸준한 성장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의류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2% 신장한 18조4,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캐주얼의 경우 주5일 근무 확대로 전년대비 11%의 큰 폭의 신장이 예상되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과거보다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점도 실적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코오롱FnC IR담당 류종오 과장은 "과거엔 일단 생산을 한 후 남는 물건을 헐값으로 처분하는 식의 '물량위주' 마케팅을 폈지만, 최근에는 제품을 소량 출시한 후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유연하게 생산하는 방식으로 판매 전략을 바꿨다"고 말했다.

제일투자증권 홍성수 연구원은 "과거 신원·나산·대현 등 패션 공룡 3사가 과다한 차입경영과 덤핑공세에 따른 이윤축소의 악순환으로 몰락했지만, 현금 창출력이 높은 패션브랜드들이 새로운 강자로 등극하고 있다"며 "월드컵·아시안게임 개최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스포츠·레저 의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패션업체들의 실적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불안이 현실화하고 내수 소비마저 급격히 둔화할 경우 패션주의 고공비행도 꺾일 가능성이 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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