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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능력을 보여주세요"

입력
2002.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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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1주년이 조용히 넘어가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시 '펀더멘털(경제기초체력)'로 쏠리고 있다.추가테러에 대한 두려움 등 시장을 압박했던 심리적인 악재들이 다소 누그러진 때문이다. 특히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증시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16일 32만7,500원으로 또다시 추세선인 20일선(33만4,550원)이 무너졌지만, 시장 전체의 추가 하락을 막고 지수 700선의 하방경직성을 담보하는 마지막 보루로 꼽힌다. 거래소 비중이 17%에 달하는데다, 코스닥시장의 반도체와 통신장비 업체 40여개사의 주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저항선 돌파가 분수령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주요 저항선 돌파여부가 시장의 단기흐름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6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하는 '중기 골든크로스'가 발생하면 단기적으로 급등장세가 연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수년간 중기 골든크로스가 발생된 이후 주가가 하락한 경험은 지난해 9·11 테러에 따른 일시적인 충격을 제외하곤 전무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이 최근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도 수급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1조원의 자사주 매입기간을 이용해 삼성전자를 집중 매도했다. 하지만 6일 삼성전자 2만2,070주를 사들이며 '사자'로 돌아선 이후 6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사들였다. 주가가 20포인트 이상 급락한 지난 주말에도 순매수를 유지했다. 4월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현재 외국인 보유율은 51%대로 2000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

LG투자증권 구희진 연구원은 "외국인 보유율이 낮아진 데다 D램 가격과 환율 하락에 따른 악재가 줄어들었다"고 순매수 배경을 설명했다. 동부증권 김 연구원은 "외국인 지분율 51.5% 전후에서 매도세가 일단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엇갈리는 3분기 실적 전망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 대해선 증권사마다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영업이익 추정치는 최소 1조7,000억원부터 최대 2조원까지 다양하다. 목표주가도 40만원부터 61만원까지 차이가 크다. 현대증권은 순이익 규모를 당초 예상보다 1,000억원 정도 줄였다. JP모건과 굿모닝신한증권도 목표주가를 11∼15% 가량 낮췄다. 반면 동원, LG, 대우증권 등은 2분기 수준의 순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동원증권 김성인 연구원은 "D램 반도체와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원가절감과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확대 등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적극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반면 굿모닝신한증권 김장열 연구원은 "최근 인텔의 투자의견 하향 등으로 하반기 정보기술(IT) 투자환경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삼성전자에 대해 단기적으로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단기 급등 가능성은 희박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는 등 주변여건이 개선되고 있지만 주가 급등을 이끌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미국내 뮤추얼펀드의 환매가 일단락되고 미증시가 안정돼야 본격적인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LG증권 구 연구원은 "SD램을 포함해 전체 D램 값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환율이 급등한다면 주가가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다"면서 "당분간 31만∼36만원 선에서 주가가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동부증권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20일선이 위치한 35만원 전후에 매물벽이 두텁게 형성돼 있는 만큼 120선 돌파 여부를 확인한 다음 투자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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