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開川)이라 불렸던 서울 청계천은 조선시대 내내 임금님의 골치를 아프게 했다. 태종 때 개천도감을 설치하고 5만명의 노동자를 한달간 동원해서 배수로 공사를 벌여 보수를 했다. 그러나 인구증가에 따라 악취가 코를 찌르는 시궁창으로 변하자 4대 임금 세종 때 청계천 수질관리 문제를 놓고 집현전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한쪽은 오수를 금지해서 맑은 하천으로 만들자고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오염은 막을 수 없으니 백성을 위해 하수가 흐르게 하자고 반박했다. 백성을 사랑했던 탓인지 세종은 하수를 선택했다.■ 21대 영조 때도 청계천 관리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모양이다. 영조는 청계천을 그냥 두면 백성이 괴로워진다며 준설사라는 관청을 설치하여 청계천 보수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여 일종의 시민공원으로 복원하였다. 설날 세시풍속의 장소가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고 한다. 선조들은 물이 좋은 곳을 찾아 도성과 마을을 건설했지만 물 관리에 대한 인식, 지혜, 기술이 별로 발달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근래 고가도로를 만들어 이용했지만, 도시하천으로서의 치수에 실패하여 청계천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 청계천 복원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 및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다. 시청이 2시간짜리 청계천 투어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꽤 많은 시민들이 악취가 풍기는 어둠 속을 마다 않고 참여하는 것을 보면 청계천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반대의 목소리도 매우 크다. 워낙 프로젝트가 방대해서 서울시내 교통을 엉망으로 마비시킬 우려가 있고,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따른 걱정도 있다.
■ 그런 염려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는 서울의 미래를 위해 좋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다만 청계천을 손댈 요량이라면 넓고 멀리 내다보고 서울의 도심을 리모델링하는 것이기를 바란다. 개천을 옛날로 복원하고 상가를 만들어 부동산 가치를 높이고 하는 그런 20세기적 재개발의 발상을 접어버리자는 얘기다. 이 슬럼화한 콘크리트 통로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형 도시의 축이면 좋겠다. 이명박 시장과 프로젝트 추친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미치는 것일까. 상상을 아름답게 할 필요가 있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