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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정학진 로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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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정학진 로템 사장

입력
2002.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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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차량 및 중기 제작업체 로템의 정학진(鄭學鎭·52) 사장은 '죽기 살기'라는 말을 즐겨 쓴다. 최근 로템의 놀라운 실적도 그의 '죽기 살기'라는 말속에서 잉태됐고, 덩달아 '죽기 살기'가 몸에 밴 임직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태어났다. 로템은 정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01년 10월 이전만 해도 '한지붕 세가족'의 이상한 경영과 계속되는 적자에 허덕이는 부실기업이었다. 1999년 7월 이른바 빅딜에 의해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의 철도차량 부문을 인위적으로 통합한 까닭에 주요 의사결정이나 생산량 배분 등도 세 회사의 지분율에 따라 결정되는 등 도처에 비효율과 무책임이 넘쳐났다. 그 결과 99년 172억원의 적자를 보더니, 노조의 파업까지 겹쳤던 2000년에는 770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대우중공업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확보, 당시 기아차 재경본부 부사장이었던 정 사장을 발탁한 그해 로템은 적자 행진에 마침표를 찍고 33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리고 올 상반기엔 352억원 흑자를 냈다. 지난해 8,559억원이었던 수주량도 올해에는 1조1,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현대정공 시절 '재무 해결사'로 명성을 떨쳐온 정 사장은 "손익 상황과 실적을 점검하고 전망을 세운 뒤 이를 토대로 구조조정, 영업 확대, 기술 개발 등의 개선대책을 신속하고도 일관되게 추진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또 "회사의 체력과 체질을 파악해 군살을 확실히 빼고, 일은 열심히 하도록 조직을 이끈다"며 "목표를 정해 밀어붙이고, 끊임없이 확인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고통을 많이 겪는다"고 스스럼 없이 털어놓는다.

그의 '매사 확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지난해 11월 독일 지멘스로부터 전기 기관차 부품 8,000만달러(약 960억원) 어치를 장기 구입하는 거래때 정 사장은 유로화로 결제하자는 지멘스를 끈질기게 설득해 미국 달러화로 계약했다. 환율 추세를 꼼꼼이 살핀 결과 달러화로 계약하면 환차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당시 달러당 1,330원하던 환율이 현재 1,200원대로 떨어져 로템은 약 112억원의 환차익을 얻게 됐다.

정 사장은 자신만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도 사정없이 몰아붙인다. 외국 자재를 구입하는 부서의 임직원에게 텐트와 슬리핑백을 사주며 "납기일이 지연되면 외국회사를 직접 찾아가 텐트를 치고라도 독촉해 반드시 목표를 이뤄라"고 할 정도다. 정 사장은 "아마도 내가 사장으로 들어 온 뒤 임직원들이 일을 2배쯤 더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그는 취임후 구조조정 차원에서 200명 이상의 직원을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내보내야했던 아픔을 지금도 기억한다. 정 사장은 "하지만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신입 사원 180명을 뽑아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은 기쁨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요즘 'TPI(Total Profit Innovation·전 부문 이익혁신) 30'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용은 30% 줄이고, 생산성과 이익은 30% 늘리는 경쟁력 강화 운동이다. "처음에 TPI 30 운동을 실시한다고 했을 때 중역들이 비현실적이라며 비웃었지만 뼈를 깎는 비용절감 덕분에 지금 로템은 30% 이상의 고속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정 사장은 아직도 공장별 노조가 존재하는 등 화학적 통합을 이루지 못한 조직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투명 경영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이를 위해 3,800여명의 전 임직원에게 2개월에 한번씩 회사 실적을 공개하고, 간부회의를 할 때 반장급 이상 직원을 참석케한다. "이젠 노조도 내가 달라고 한다고 주지도 않고, 안 달라고 해서 안 주지도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경영내용을 완전 공개하고 일관성을 지키면 노조의 마음도 얻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윤순환기자

사진 조영호기자

● 정학진 사장은 누구

1950년 서울 출생

76년 동국대 공업경영학과 졸업, 현대정공 입사

82∼85년 현대강관 경리부장, 현대정공 경리부장

93∼98년 현대정공 관리담당 이사, 경영지원본부장 전무이사

99년 기아자동차 재경본부 부사장

2001년 10월 (주)로템 대표이사 사장

● 로템은 어떤 회사

로템(Rotem)은 한국 철도차량 사업을 대표하는 회사다.

1999년 정부의 '7대 업종 빅딜(대규모 사업교환)'방침에 따라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의 철도차량 부문이 통합돼 출범한 이 회사는 경부고속전철, 전동차, 기관차, 경전철 등의 개발·제조·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한다. 또 방위산업인 전차 제작도 맡고 있으며 신호·전기·통신 등의 설비 및 시스템, 제철 설비 등의 플랜트 사업도 한다.

빅딜 직후 사명을 한국철도차량(주)으로 정한 로템은 2001년 현대자동차 그룹에 편입된 뒤 올해 회사 이름을 로템으로 바꿨다. 현대자동차가 78.4%, 한진중공업이 21.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로템은 올 상반기에만 지난 2년간 평균 매출에 육박하는 신장세를 기록했고, 올해 사상 최초로 매출 1조원(전년 대비 100%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6월말 현재 재무구조는 자산 1조1,266억원, 부채 8,927억원, 자기자본 2,339억원이다. 직원수는 총 3,800여명이고, 창원과 의왕 두 곳에 공장이 있다.

현재 세계 철도차량 시장에서 6위(시장 점유율 기준)인 로템은 2005년까지 롬바르디아, 알스톰, 지멘스 등 '빅 3'에 이어 명실상부한 4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로템은 최근 대만에 400량, 홍콩에 104량의 전동차를 납품한데 이어 그리스(2억 유로)와 터키(1억4,000만 달러)에서도 수주함으로써 철도차량의 본고장인 유럽시장 교두보도 확보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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