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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김정일·고이즈미 정상회담/의제·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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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김정일·고이즈미 정상회담/의제·일정

입력
2002.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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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평양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김정일(金正日) 북한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이 사상 처음으로 열린다. 두 나라의 과거와 현재의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이 회담은 남북 및 북미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회담에서 다룰 주요 의제를 살펴보고 결과를 전망해 본다.

정상회담의 의제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과거 청산,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 문제, 일본인 납치 의혹, 남북 관계, 북미 관계 등 대략 5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과거청산

북한과 일본이 국교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과제다. 북한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명확한 사죄와 배상은 물론이고 해방 이후 일본의 적대정책으로 인한 피해까지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일본은 한일 국교정상화 때와 마찬가지로 한일합병조약이 합법적이었고 양측이 교전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사죄와 배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일 수교와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과거 한국에 했던 수준의 사과와 경제협력 방식의 청산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협력 방식을 수용하는 대신에 앞으로 국교정상화 교섭에서 80억∼130억 달러로 추정되는 청산자금의 액수를 최대한 늘리고 지원조건을 유리하게 한다는 조건으로 북한이 배상 요구를 포기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한은 일본이 최대 주주인 아시아개발은행(ADB) 가입과 개발차관 제공을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사죄는 '식민지 지배로 다대한 고통과 손해를 끼친 것을 사과하고 반성한다'는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 담화 수준을 고이즈미 총리가 구두 표명하느냐, 공동선언에 명시하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핵·미사일

일본은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핵사찰 수용과 미사일 개발·실험발사·수출의 중지를 북한측에 요청할 방침이다. 북한은 그동안 이 문제는 "북미 협상 대상"이라며 일본과의 교섭에서는 의제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사전 절충에서는 북한이 IAEA의 핵사찰에 협력하고 미사일 실험발사의 동결을 2003년 이후에도 계속한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선에서 양측이 문안 조정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내용이 합의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이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는 미국이 북일 정상회담의 결과를 보고 북미 대화 재개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일본은 또 일본 열도를 사정권에 넣고 있는 노동 미사일의 일본 조준을 해제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납치문제

일본이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가장 중요시하는 사안이다. 일본은 8건 에 관련된 일본인 11명이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북한측은 '납치'는 존재하지 않고 '행방불명자'는 조사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북한측이 11명 중 일부의 안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김 위원장의 계속 조사 의지가 표명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으로 받아들일 방침이다. 정상회담에서의 안부 확인-국교정상화 회담 중 가족 면회-국교정상화 교섭 타결과 동시 전원 귀국이라는 3단계 수순의 해결을 일본은 생각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국가가 개입한 '납치'를 인정할 수 없어 정상회담 공동선언에 이 문제가 언급되더라도 '인도적 문제의 조속 해결'이라는 과거 적십자회담의 문안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에게는 일본 국내에서 정상회담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여론의 압박을 많이 받고 있는 문제이다.

▶북미관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 뉴욕에서 열렸던 고이즈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대화의 길을 막아두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북한에 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동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재래식 전력 등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일본·한국이 공통으로 우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에 김 위원장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어떤 답변을 줄 것인지도 이번 정상회담의 관심거리다.

북일 국교정상화가 최종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는 북미 관계의 개선과도 연동될 수밖에 없어 북한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모종의 새로운 제안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이즈미 총리는 북미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핵·미사일 등 미국의 관심사에 대해 북한이 진전된 태도를 표명할 것을 설득하겠다는 생각이다.

▶남북관계

고이즈미 총리는 14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한국과의 군사분계선에 통상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며 "전쟁 준비가 아니라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준비를 하는 것이 북한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전하겠다"고 한국에 대한 군사위협도 거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각종 남북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남북 대화가 지속돼야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과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김정일, 공항 깜짝영접 할까

▶고이즈미 총리 일정

북일 정상회담은 당일치기에다 대부분의 시간을 두 정상이 회담에 소비하는 이례적인 형식으로 진행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17일 오전 6시 30분 도쿄(東京)의 하네다(羽田)공항에서 정부전용기편으로 평양으로 출발한다. 비무장지대 상공을 지나는 직선항공로를 이용할 수 없어 동해쪽 우회 항공로로 가야하기 때문에 비행시간은 2시간 45분이 소요된다.

오전 9시 15분 평양 교외인 순안의 평양국제공항에 내리면 평양 시내까지 차량편으로 30분을 이동해 회담장에 도착하게 된다. 북한측에 일임하고 있는 공항 영접에 남북 정상회담 때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규모 환영군중을 이끌고 직접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가 주목거리다.

회담장소는 남북 정상회담장으로도 사용됐던 백화원 영빈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회담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로 합쳐서 3∼5시간 가량 진행된다. 오찬을 고이즈미 총리와 김 위원장이 함께 하며 대화를 계속하는 '워킹 런치'가 마련될 경우 두 정상의 대좌 시간은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상회담에는 일본측에서 아베 신조(安部晋三) 관방부장관이 배석할 예정이고 북한측에서는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이나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비서가 배석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이 끝난 뒤 고이즈미 총리는 오후 늦게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일본측은 김 위원장과의 공동기자회견도 기대했으나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적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후 8시 정부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해 오후 10시 20분 하네다 공항으로 돌아오게 돼 북한 체류 시간은 11시간 정도다.

▶의전 문제

일본은 이번 방북의 성격을 '실무 방문'으로 보고 환영행사와 의전절차를 최대한 생략하고 회담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북한 특유의 대대적인 환영행사에 휘말려 선전에 이용되고 회담 성과가 적을 경우 쏟아질 국내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측은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을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보고 있어 뭔가 상징적인 환영행사나 의전을 갑자기 마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북한이 항일무장투쟁에서 숨진 사람들을 기념하는 만수대 대기념비에의 헌화 등을 요구할 경우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경호 문제

일본이 경호 측면에서 특히 경계하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이 공항에서 예정에 없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자기 승용차에 태워 평양 시내로 향했던 것과 같은 돌발사태다. 일본측은 또 도청에도 신경을 써 평양 고려호텔에 설치된 준비본부와 일본 사이의 전화연락에는 문자나 음성을 암호화하는 장치를 사용할 예정이다. 평양에서 고이즈미 총리와 참모들이 의견교환을 할 때는 필담을 나눌 가능성이 높다.

14일 평양에 들어간 일본측 경호 담당자들과 이미 평양 준비본부에 머물고 있던 경찰 관계자 등을 합치면 40명 규모다. 통상의 정상회담 관례대로 일본측 경호원들은 총기는 휴대하지 않는다

▶최대 규모 기자단

북일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일본 언론과 외신 등 사상 최대 규모인 120여 명의 기자들이 평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북한은 80명, 일본은 180명을 요구했다. 북한은 처음으로 기자들에게 위성전화의 반입과 사용을 허용했다. 기자들 일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정부전용기에 동승하고 나머지는 회담 전날인 16일 전세기편으로 평양에 들어가 회담 다음날인 18일 같은 전세기편으로 도쿄로 돌아올 예정이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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