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차리는 제사상은 엄격한 규칙을 통해 완성된다. 홍동백서(紅東白西), 좌포우혜(左脯右醯) 등 조상을 모시는데 격식이 필요하다. 추석 차례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조율이시(棗栗梨諡)와 삼색나물, 과일이다. 선조들은 싱싱한 과일과 야채가 풍성하지 않았던 때에도 정성스럽게 과일을 준비하고 나물을 무쳤다. 명절상에 오르는 음식은 바로 '보약'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소화기능을 책임지는 조율이시
예로부터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았던 대추(棗)는 한방에서 감초와 함께 두루 한약재에 쓰일 만큼 몸에 좋다. 안병철한의원 안병철 원장은 "대추를 동의보감에서는 '위를 튼튼히 하고 비장을 보하고 기운부족을 낫게 해 온갖 약의 성질을 조화시킨다'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특히 환절기에 걸리기 쉬운 소화기와 호흡기 질환에 좋을 뿐만 아니라 이뇨와 강정, 통증완화작용이 있어 한방에서도 처방 범위가 매우 넓다.
밤(栗)에는 3대 영양소 뿐만 아니라 칼슘과 비타민 등이 풍부해 인체발육 및 성장촉진, 피부미용, 피로회복, 감기 예방 등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밤에 들어있는 당분은 경련을 진정시키고 위장기능을 강화하며 여러 음식물과 어울려 영양소 흡수를 돕는다. 최근에는 성인병과 기침예방, 신장보호 등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감기나 비만, 산후 조리 중일 때와 변비가 심하면 삼가는 게 좋다.
배(梨)는 명절동안 음주 후 해갈에 효과적이며 숙취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또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히는 효능이 있어 예로부터 감기가 심할 때에는 배즙에 생강과 꿀을 섞어 먹었다. 자생한방병원 한방내과 이성환 진료부장은 "그러나 배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속이 냉해져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과하게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감(諡)은 기침, 딸꾹질, 숙취, 각혈 등을 다스리는데 사용됐다. 감의 검은 반점 속에 든 탄닌이란 성분이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위궤양도 완화시키기 때문이다. 감의 후룩토오스 성분은 알코올을 분해하고, 펙틴 성분은 혈액 속의 알코올 농도를 낮춰준다.
▶식물성 단백질의 보고 3색 나물
제사상에 오르는 고사리(갈색), 도라지(유백색), 시금치(푸른색) 등 삼색 나물은 하나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야채들이다. 또 칼슘, 철분, 각종 비타민 등의 성분까지 포함하고 있다. 고사리는 단백질, 탄수화물, 칼슘, 철분 등이 많다. 한방에서는 고사리 뿌리(궐근)를 해열, 이뇨, 설사, 황달, 대하증 치료에 처방하고 있다. 고사리는 피와 머리를 맑게 하지만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이 찬 사람과 소화기관이 약해서 평소에 음식을 적게 먹고 천천히 먹는 사람은 많이 먹으면 안 된다. 도라지에는 단백질 뿐 아니라 지방, 탄수화물, 칼슘, 비타민(A1, B2, C), 나이아신 등의 성분이 함유돼 있다. 도라지에 들어있는 사포닌 성분은 기관지의 분비기능을 촉진시켜 가래를 삭히고 목이 아플 때에 효능을 발휘한다.
시금치에는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가 높은 식품이다. 특히 시금치의 단백질에는 리신과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 있으며 시스틴도 많아 질좋은 동물성 단백질과 비슷하다. 시금치는 위장의 열을 없애고 술독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으며, 건조한 피부를 윤기나게 하고, 대변에서 피가 나는 치질 같은 증상을 멈추게 한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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