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세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가 절실한 것은 민간업체의 조사가 여러 면에서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집값 동향 등 주택시장의 기본적인 통계는 정책 수립의 근간이다. 이에 대한 공신력 있는 집계 없이 주택정책을 펴나가는 것은 결국 '적이 몇 명인지도 모르고 전투를 준비하는 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들쭉날쭉 시세조사
국민은행의 월간 도시주택가격동향과 민간업체인 부동산114의 월간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특히 가격 급등기에 현격한 차이를 나타낸다. 연초 집값 급등이 이슈로 떠올랐던 1∼3월 주택은행의 월간 상승률은 6.5%-4.4%-3.5%인데 반해 부동산114는 4.9%-4.0%-3.1%였다. 시장이 다소 안정됐던 4∼6월 엇비슷하던 상승률은 집값이 다시 꿈틀댔던 7월 다시 2.6%와 1.7%로 격차가 커졌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집값 상승률도 25%와 21%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현재 10여 개에 이르는 부동산 시세조사업체 간에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의 경우, A사에 따르면 한달 전 5억4,000만∼5억8,500만원에서 현재 1,500만∼2,000만원 상승했다. 반면 B사는 5억6,000만∼5억9,000만원에서 지금은 오히려 500만원 가량 떨어졌고 C사 조사로는 한달 전이나 지금이나 5억7,000만∼6억원으로 변함이 없다. 조사 기법이나 대상 중개업소 등이 업체별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민간 시세조사의 한계
부동산 시세조사업체들은 일선 중개업소의 정보에 의존하고 이에 대한 검증시스템도 부족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이들은 중개업소들을 프랜차이즈 형태의 회원사로 둔 영리업체다. 중개업소들로부터 일정한 금액을 받고 아파트시세 및 상호와 전화번호를 인터넷, 언론, 금융기관, 책자 등에 배포한다. 이름이 알려진 3∼4개 업체들은 통상 5,000개 안팎의 회원 중개업소들을 통해 1만개 단지, 3만개 내외의 아파트 평형 시세를 1∼2주 간격으로 조사한다.
조사인원은 대략 5∼10명 정도. 1명이 많게는 1,000개 업소, 2,000개 단지의 시세를 맡는 경우도 생기는 셈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1주일마다 중개업소에 일대일로 전화를 해서 시세를 검증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부분 업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중개업소측이 스스로 시세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어 간혹 일부만 전화를 이용해 조사한다"고 말했다. 자의적인 시세형성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 중개업소가 많게는 4∼5개 아파트 단지를 담당, 자신이 거래하지 않는 아파트 시세까지 제공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 밖에도 업체들이 가구수 등 아파트 규모에 대한 가중치 감안 없이 집값 상승률을 계산하는 등 통계기법이 정교하지 못하고 업체들 간의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서둘러 시세를 발표하는 것도 문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민간업체 시세를 연구에 반영하기에는 신뢰도에 문제가 있어 주로 국민은행 통계를 쓰고 있지만 이것도 다른 조사들과 차이가 많아 어려움이 있다"며 "통계는 정책 수립의 기초인 만큼 통계청 등 정부기관에서 직접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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