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된 보험금을 회수하려 마구잡이식으로 구상금 소송을 제기하는 보험사에 분개한 시민이 역으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이번 소송은 취지에 공감하는 네티즌들이 1만∼2만원씩 소송비용을 거둬 성사시킨 것이어서 재판결과가 주목된다.제주에 사는 이모씨는 15일 "D보험사의 터무니없는 소송으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 4,600여만원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이씨는 1996년 소형밴을 몰고 가다 덤프트럭과 충돌한 관광버스의 뒷범퍼를 들이받았다. 당시 관광버스측 D보험사는 부상승객 26명에게 피해배상금 1억4,000여만원을 지급했으나 이씨는 경미한 과실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D보험사는 그러나 5년이 지난 지난해 3월 이씨를 상대로 "우리가 지급한 보험금 중 책임보험금을 제외한 나머지의 절반인 4,600여만원을 달라"며 구상금 청구소송을 내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그동안 이씨는 보험사에 의해 집과 자동차, 월급이 가압류되고 직장에서는 '문제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고통을 겪었다.
이 사연이 인터넷 법률상담사이트를 통해 알려지자 네티즌 100여명이 선뜻 소송비용을 갹출했다. 이씨는 "보험사들이 승산없는 것을 알면서도 법률지식이 없는 개인이 지레 겁먹고 합의할 것을 노려 구상금 소송을 남발하는 관행이 문제"라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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