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냐, 이라크냐.' 전세계가 이라크를 상대로 한 미국의 2단계 테러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의 오랜 우방인 카타르와 요르단이 양자택일의 갈림길에서 대조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타르가 미군에게 이라크 침공을 위한 기지 제공 허용 의지를 표명하는 등 실리를 좇아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요르단은 이라크의 보복 위협과 미국의 경제 지원이라는 현실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카타르
셰이크 하마드 빈 자심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13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기지 사용을 직접 요청해 올 경우 이를 논의한 뒤 우리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이 대 이라크 전쟁을 지휘할 중부사령부를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카타르로 이전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라크와 가장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카타르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미국의 무력선택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실리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하마드 외무장관은 "우리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 등 3개의 기지에 1,000여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카타르에는 요즘 들어 이상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AP통신은 14일 현지 주민들의 말을 인용, 주둔 미군이 최근 10일 동안 식량과 다른 필수품들을 보통 때보다 훨씬 많이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르단
이라크 전쟁의 득실을 따지는 요르단의 계산법은 카타르보다 훨씬 복잡하다. 동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것이 요르단의 기본적인 입장. 요르단은 1991년 걸프전 당시에도 이라크 공격의 국제 연대에서도 이탈하는 등 형제국가로서의 의리를 선택했다. 중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요르단으로서는 최대 수출시장이자 원유 수요 전량을 책임지고 있는 이라크의 경제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 더 현실적 이유였다.
이번 전쟁에서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게 되면 요르단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미군에게 기지를 제공할 경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요르단을 화학무기로 공격하겠다는 발언도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의 혼란을 틈 타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난민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도 걱정거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요르단이 이라크를 선택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걸프전 때와는 달리 미국은 요르단의 든든한 경제적 후원자로 부상해 있다. 지난해 미국과 요르단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3년 전 3,9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섬유수출량은 올들어 4억3,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요르단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대해 이라크 전쟁에 동조하는 대가로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8월 2,500명의 미군 병력이 투입된 요르단과의 합동군사훈련이 이라크의 보복 공격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미국이 이라크 전쟁 수행에 요르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이 내려지면 요르단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요르단으로서는 경제난을 타개할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