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이산가족 555명은 15일 오전 금강산 온정각 주차장에서 1시간 동안의 작별 상봉을 마지막으로, 2박3일간의 상봉 일정을 끝냈다. 2박3일간 상봉분위기는 차분했지만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이산가족들의 흐느낌은 점차 높아졌다.북측 남편 리진우(77)씨와 남쪽 아내 김기영(76)씨는 말없이 손을 꼭 잡고 서로 얼굴만 바라봤다. 상봉이 끝날 무렵 리씨가 "건강해. 통일만 되면 다시 볼 수 있겠지"라고 말하자 김씨는 "당신도 건강해야지"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들 상호씨는 "부부들은 하룻밤이라도 같이 지내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 했다.
남의 여동생 이종순씨는 북의 오빠 종화씨에게 "가슴이 미어져요. 오빠 언제 또 만나, 그날이 언제야"라며 오열했다. 북측 리규염(82)씨는 남의 딸 진옥, 진금씨에게 "울지 말라"고 했지만 진옥씨는 "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나죠"라고 울먹였다. 이화여전 피아노과 출신인 북측 김용휘(76·여)씨는 남측 이종사촌 여동생과 동요 '반달'을 나직이 부르면서 "기쁘게 만났는데 웃으면서 헤어지자"며 가족들을 다독거렸다. 남측 누나 손갑순(78)씨는 북의 동생 윤모(68)씨 손을 잡고 "내일이면 팔십인데 너를 다시 보지 못하고 죽겠구나"라고 탄식했다.
리우문(70)씨는 남쪽 장모 김유중(93)씨에게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계세요"라고 말했고, 김유중씨는 사위에게 "애(상봉장에 못나온 김씨의 딸 이경란씨)가 신경통이 있으면 약 잘 먹으라고 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각장애인 남측 여동생 김근래(68)씨와 헤어지는 학래(74)씨는 연신 담배만 피웠고, 동생은 혼잣말로 "아쉬워요"라고 되뇌었다. 상봉을 끝낸 북측 오빠 최수억씨가 버스로 먼저 떠나자 남측 여동생 순애씨는 버스를 따라가다 잠시 실신하기도 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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