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호의 황태자 송종국(23·페예노르트)이 네덜란드 프로리그에 화려하게 데뷔, 팀의 간판 미드필더로 발돋움했다.송종국은 15일 새벽(한국시간) 네덜란드 엔셰데에서 열린 FC 트벤테와의 원정경기서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출장,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선제골 어시스트 등 어시스트 2개로 5―1 대승에 기여했다. 5일 네덜란드에 도착한 송종국은 최근 훈련에서 걸출한 플레이와 완벽한 적응능력을 과시, 이날 스타팅 멤버로 기용됐다.
경기 초반 10분 간은 긴장 탓에 다소 부진했지만 이내 감각을 되찾아 탁월한 공수조율과 위치선정 등 한일월드컵 태극전사다운 기량을 선보였다.
스피드와 재기 넘친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누빈 송종국은 전반 24분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다가 오른 발로 센터링, 오노 신지(일본)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유럽무대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동갑내기인 둘은 19일 새벽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챔피언스리그 본선 32강 조별리그 1차전서 그라운드의 한·일 공조를 이어갈 태세다. 한국과 일본 선수가 유럽 1부리그 팀에서 같이 뛰는데 이어 나란히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건 처음이다
송종국은 3―1로 앞선 후반 21분에도 왼쪽 측면에서 그림 같은 왼발 센터링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후이동크의 헤딩슛을 어시스트했다. 이후 두 차례의 위력적인 중거리 슛으로 GK 간담을 서늘케 했지만 골문을 빗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비록 2골을 뽑아낸 오노가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지만 송종국은 그에 버금가는 활약으로 반 말베이크 감독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오른쪽 수비형 미드필더 브레트 에머튼과의 찰떡 호흡을 바탕으로 한 공수전환 플레이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둘의 환상적 스위치플레이 덕분에 페예노르트의 공격은 오른쪽에서 시작됐고 상대 왼쪽 공격진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말베이크 감독은 "모든 면에서 훌륭했고 기대보다 더 현명했다"며 "유벤투스 전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기대한다"고 말해 송종국의 주전발탁을 기정사실화했다.
/엔셰데(네덜란드)=이동현기자·이종수기자 jslee@hk.co.kr
■ 송종국 일문일답
지난달 18일 국내 고별전 이후 한달 만에 치른 데뷔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송종국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전 "뛰고 싶은 데 잘 모르겠다"며 선발출장을 반신반의했던 송종국은 그라운드에서 자주 심호흡을 하는 등 긴장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언제 주전 출장 여부를 알았나.
"훈련 방식이 히딩크 사단과 비슷해 적응이 쉬웠다. 훈련중 선발팀에서 뛰어 예상은 했지만 경기 당일 팀 미팅에서 처음 알았다."
―소감은.
"기대반 걱정반이었는데 어시스트를 2개나 기록했다.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 감독과 선수 모두 '베리 굿'이라고 칭찬해 기뻤다. 잔디가 미끄러워 볼 컨트롤이 잘 안되기도 했지만 실수를 줄여가는 게 최고가 되는 길 아닌가."
―예상과 달리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대표시절 두 차례 뛴 적이 있는 포지션이다. 사실 수비형에 익숙해 다소 부담됐다. 하지만 후반엔 좀더 공격적 플레이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돌파력이 부족했는데.
"후반 들어 지친 게 사실이다. 오랜만에 뛰니 체력부담이 적지 않았다. 후반 10분 이후에는 다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준비는.
"90% 이상 몸이 만들어진 만큼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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