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인의 부러움을 샀던 벤처기업의 우리사주가 주가 하락으로 회사와 직원 모두의 골치덩이로 전락, 벤처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사주 제도를 앞다퉈 도입했던 벤처기업중 상당수가 주가하락으로 직원·회사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밋빛 꿈에 젖어 회사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를 구입한 직원들은 주가가 대폭 떨어져 졸지에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이로 인해 직원들의 원성을 사게 된 업체들은 우리사주 배정 당시 빌려줬던 사내대출금의 무이자 혜택기간을 연장하거나, 은행 등 외부조달 대출금 이자를 대납해 주는 등 궁여지책으로 안팎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벤처업계의 대표주자인 안철수연구소는 이달초 만기가 도래한 직원 150여명의 우리사주 구입용 사내 대출금의 무이자 기한을 1년 더 연장했다. 직원들로서는 1년전 구입한 우리사주를 이달초부터 팔 수 있게 됐으나 현 시세가 구입가(2만3,000원)를 밑돌아 처분하기도 어려워 대출금 이자 부담이 마냥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주를 구입한 직원 상당수가 5,000만∼9,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나모인터랙티브도 마찬가지. 직원들이 2000년 6월 회사에서 대출받아 주당 2만2,000원에 산 우리사주가 3,500원대로 급락, 주식을 팔 수 없게 되자 회사측은 부담을 무릅쓰고 사내대출금의 무이자기한을 1년 더 늘렸다.
퓨쳐시스템 직원들도 2000년 8월 시행한 우리사주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에서 빚을 얻어 주당 1만8,000원에 구입한 우리사주가 4,000원대로 떨어져 날이 갈수록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결국 회사에서 비용손실을 감수하고 은행 이자를 대납해주기로 했으나, 여전히 대출원금이 빚으로 남아있는 가운데 돈이 필요해도 추가 대출을 받기 힘든 상황이어서 직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모 벤처업체 관계자는 "우리사주제를 도입한 벤처기업의 경우 실적 못지않게 주가관리가 큰 골칫거리여서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며 "주가가 떨어진 기업들은 직원들과 회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적보다 주가 부양책을 찾는 게 급선무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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