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일본이나 대만처럼 과잉 공급에 의한 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 가능성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감을 더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제기된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제주 서귀포에서 한국 CEO포럼 주최로 열렸던 CEO컨퍼런스에서 모건 스탠리의 아시아 지역 시장분석 책임자인 앤디 시에 본부장은 한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한국의 수출 회복세가 지연되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있고, 해외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펴는 중국 등과 경쟁하기 위해 수출 가격을 낮추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한국의 경우 저금리 정책의 지속으로 오히려 디플레이션 위협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 우려는 지나치게 과장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최근호가 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은 더블 딥(이중 하강)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라고 지적한 것을 봐도 선진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디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해롭다. 극심한 소비 부진과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의 한계 등으로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장기 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을 보면 된다.
이번 논란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만일 징후가 있다면 조기에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다만 고급 기술 및 고부가 제품 개발, 시장 자유화와 개혁 정책의 지속적 추진 등이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협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일치된 의견은 정부와 기업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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