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신도시 건설보다 강북을 재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른바 강북 재개발론의 주창자는 1989년 건설부장관으로 신도시 개발을 진두지휘한 박승 한국은행 총재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도시는 수도권 인구 집중만 심화시키고 개발에서 소외된 강북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울 뿐 아니라, 강남 지역의 집값 안정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며 "강남의 주택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강북이 재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서울 강북 단독주택지를 대규모로 재개발해 고급주거지로 만들기 위한 강북 개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구체적인 안도 내놓았다. 충분히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안이다. 사실 지금의 주택환경은 89년 신도시 건설 당시와는 크게 다르다. 당시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56%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까지 포함하면 보급률이 100%를 훨씬 넘는다. 최근 강남의 집값 상승은 주택난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주거 및 교육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육·의료·교통 등의 생활여건이 떨어지는 신도시를 아무리 많이 지어봐야 강남수요를 대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강북을 재개발하면 기존의 시설과 도로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요 문화재와 유적이 몰려 있는 강북 지역의 슬럼화도 막을 수 있다. 단독주택 밀집 지역을 연차적으로 아파트나 우량 주택단지로 재개발하면,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 보다 건설비나 토지 보상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 도심의 균형있는 개발이라는 점에서도 강북재개발은 추진할 만하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도 강북지역 개발을 통한 신도시 건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관련 부서에서도 강북 재개발론에 대한 진지하고도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