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을 틈타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부터 불법체류자가 대규모 유입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4일 법무부, 검찰, 서울출입국 관리사무소 등은 부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자국 응원단이나 경기 관람객, 관광객 등으로 위장해 한국에 입국한 후 불법체류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은 인원을 최대 5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8월 말 현재 공식집계된 국내 불법체류자(28만3,650명) 숫자는 단숨에 20%나 늘어나게 된다.
▶"부산 아시안게임은 절호의 기회" 브로커 극성
현재 중국, 태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지에서는 부산 아시안게임을 별다른 어려움없이 한국에 입국해 불법체류할 수 있는 최대의 호기(好機)로 여겨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현지 브로커들이 웃돈까지 요구, 평소 5,000달러 선에서 형성됐던 한국입국 비용이 2∼3배까지 치솟은 상태"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뾰족한 단속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월드컵 때는 미리 비싼 값에 예매된 경기 입장권을 소지한 경우에만 입국을 허용, 불법체류자 유입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실제로 당국은 월드컵 기간에 입국해 불법체류자로 남은 외국인이 당초 예상됐던 1만여명보다 크게 적은 1,000명 대에 그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치러진 경기 티켓을 갖고 들어오거나, 입국후 티켓에 적힌 경기도시에 가지않고 엉뚱한 곳으로 향하다 단속에 걸려 추방된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목수가 다양하고, 비교적 싼 티켓을 경기장에서 당일 구입할 수 있는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항공기 왕복티켓과 여행경비 500∼1,000달러 정도만 보유하고 있으면 일단 입국시킬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 후 후유증 상당할 듯
법무부 등 관련 기관은 일단 아시안게임 때는 개별 심사를 강화하고, 대회 폐막 후 대대적인 사후 단속을 계획하고 있다. 따라서 11월1일부터 한달 동안 실시될 불법체류자 단속 때 국내 외국인 노동자 단체와의 정면 충돌 등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전북대 설동훈(薛東勳·사회학) 교수는 "엄격한 개별심사는 아시안게임이라는 축제분위기를 망칠 수 있고, 불법체류자가 확산된 후 뒤늦게 투망식(投網式)으로 단속하는 것도 문제점이 많다"며 "외국인 노동자 단속이 아닌 업주 단속을 통해 불법체류자 숫자를 줄여나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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