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의 조사활동 시한 연장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의문사위의 회생 가능성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문사위의 조사활동은 16일로 종결된다. 조사시한 연장 등을 위한 의문사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이 의원발의로 국회에 제출됐지만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인해 1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또 국정감사 때문에 다음달 5일까지 본회의 일정이 없어 시한연장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태다.
▶일단 조사기능은 마비
의문사위는 내년 3월까지 존속할 수 있지만 조사기능은 마비된다. 의문사위는 조사 시한 종료 뒤 1개월 내에 대통령에게 활동 결과를 보고하고, 이후 5개월 내 보고서 작성 및 각종 권고조치 이외의 활동만을 하도록 특별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권위주의 정권시절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숱한 의문사가 진상규명이 안된 채 역사의 뒤안길에 묻힐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의문사 조사대상 사건 83건 중 인정 11건, 기각 21건 등 44건만 결정됐고 나머지 39건은 조사조차 제대로 못한 상태여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극적 회생 가능할까
한편으로는 의문사위가 존속하는 내년 3월까지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조사활동을 재개할 수 있어 회생의 여지는 남겨 놓고 있다. 현재 민주당 이창복(李昌馥) 의원과 한나라당 김원웅(金元雄) 의원이 각각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놓은 상태지만 개정안 통과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상당수 의원이 '굳이 시한을 연장할 필요가 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
이런 움직임 가운데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굴절된 역사 바로잡기라는 시대적 소명을 저버렸다는 시민단체 등의 비난이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국면 전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12일 "필요하다면 시한 연장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것도 이점과 궤를 같이 한다.
▶의문사위 권한 논란
시한 연장에 대한 법개정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순탄치만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초 2차 의문사특별법 개정 당시 법사위 의원들은 조사관에게 수사권 부여 등 권한 강화 조항을 반대하고 조사기간 연장과 진상규명 불능 조항만을 신설해 법개정에 동의한 바 있다.
이번에도 시한 연장만 이뤄질 경우 수사권, 소환권 등 의문사 권한 강화를 강하게 요구해온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 법개정 자체가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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