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의 암투가 점입가경이다. 불안정한 당권 구도, 신당의 주도권, 포스트 DJ 상황에서의 호남 정치세력 맹주 자리 등 다툼 거리는 다양하다. 민주당 내 권력 암투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탈당으로 초래된 권력 공백기에서 누구도 뚜렷이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당권은 형식적으로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쥐고 있지만 집단지도체제라는 한계 때문에 다른 세력의 흔들기가 끊이지 않는다. 대통령 선대위 발족이 임박하면서 노무현(盧武鉉) 후보체제 안에서의 이니셔티브를 의식한 공방도 시작됐다.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이 최근 제기한 '선대위 체제 DJ가신 출신 배제'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노 후보 진영에서 DJ가신 출신은 물러나야 하고 노 후보도 한 대표에게 '선대위가 발족하면 당무를 그만 두고 고문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며 탈(脫)DJ를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미 8·8 재보선이 끝난 뒤부터 김상현(金相賢) 김원기(金元基) 고문 등 과거 'DJ당'에서의 비주류 핵심들과 자주 회동을 가졌다. 김상현 고문도 최근 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한 대표의 백지신당론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보도되자 동교동계인 정동채(鄭東采) 후보비서실장은 14일 "최소한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안 물러날 수가 없다"며 노 후보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말 같지 않은 얘기"라며 일소에 붙였다. 하지만 벌써부터 당내에서는 "주 표적이 DJ에서 DJ의 적자인 한 대표로 바뀐 신(新) 주류―비주류 대립"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광옥(韓光玉)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 정균환(鄭均桓) 총무 최고위원 등 중도파 중진들의 행보도 흥미롭다. 이들은 통합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명분 삼아 각자 세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지난 달 25일 계보 조직인 미래산악회 회원 900여명과 계룡산을 오른 데 이어 9일에는 통일미래연구원 상임이사 9명과 만나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 '구당파'를 자임하며 10일 모임을 가진 뒤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도파 의원 18명 중 상당수가 한 최고위원의 측근이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정몽준(鄭夢準) 의원과의 통합에 여전히 강한 의욕을 보이며 당내 친MJ(정 의원 영문이니셜) 의원들을 하나로 엮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 총무도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신당 창당을 목표로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중도개혁포럼을 발판 삼아 독자 세를 다지고 있다. 두 사람은 신당추진위원장 인선 문제 등 각종 안건을 놓고 한화갑 대표에게 집중적으로 견제구를 날린 적이 있어 "신당 주도권을 의식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정 최고위원을 뺀 나머지 김상현 고문, 한광옥 박상천 정균환 최고위원이 모두 호남 출신인 점도 의미 있는 부분이다. 이들이 역시 호남이 지역구인 한 대표와 함께 포스트 DJ의 호남 정치세력 맹주 자리에 도전하고 있다는 해석이 무리가 아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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