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 이틀째인 14일 오전 남북의 이산가족 558명은 금강산여관에서 개별상봉을 통해 혈육의 정을 나누었다. 모든 가족이 한 장소에서 만난 전날의 단체상봉과 달리 객실에서 가족단위로 이뤄지는 상봉이어서 이산가족들은 차분히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남측 최고령 김순규(93) 할머니는 북의 딸 최순옥(71)씨를 보고 "너만 보면 웃음이 나온다"고 말한 뒤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
남측 동생들을 만난 조남룡(72)씨가 "너무 설레다 보니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하자 남의 동생 남철(68)씨는 "급하게 오느라 서울에서 가져온 선물도 숙소(해금강호텔)에 두고 제대로 못 챙겼다"고 말했다. 만남의 기쁨이 앞서 선물도 잊었다는 말에 안쓰러운 표정을 지은 형은 "추석 때 아버지 제사상에 반드시 올려라"며 선물로 준비한 술을 건넸다.
남측의 아내 조금래(73)씨는 50여년 수절하면서 기다리던 북의 남편 리기탁(74)씨를 만난 뒤 수줍음 때문인지 남편에게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리씨는 미안한 표정으로 북에서 새 가정을 이뤄 4남매를 두었다고 밝힌 뒤 아내의 반응이 없자 "노친네가 뚱해서, 성질이 아직도 있단 말이야"라며 겸연쩍어 했다. 남의 아내 김기영(76)씨는 남편 리진우(77)씨에게 "(당신이) 죽은 줄 알고 2년전까지 제사를 지냈는데 이렇게 살아계시니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새색시처럼 남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취재진에 공개된 이날 일부 가족의 개별상봉에서 북측 가족들은 체제 선전적인 발언을 하고, 남측 가족에게 보내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선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양측 이산가족들은 개별상봉 후 진행된 공동 점심식사에서 어깨에 어깨를 걸고 인간기관차를 연출, 상봉의 기쁨을 한껏 돋구었다. 식사 말미에 북한 가요 '통일열차 달린다'가 스피커로 나오자 너나 없이 인간기관차를 만들어 오찬장 중앙을 돌았다.
이어 이산가족들은 오후 3시부터 3시간 남짓 삼일포를 함께 관광하면서 남아있던 한과 서먹한 감정을 모두 떨쳐버렸다. 개별상봉 때 남편에게 제대로 말을 걸지 못했던 남측의 김기영씨는 남편으로부터 "많이 보고 싶었다"는 말을 듣자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북의 김학래(74)씨는 시각 장애인인 남측의 여동생 근래(68)씨의 손을 꼭 잡은 채 안내했고, 동생은 "오빠가 내가 대여섯 될 때까지 업고 다녔죠"라며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금강산=공동취재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