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미쓰요(78)가 홋다 아야코(1922∼1999)를 만났을 때 그는 31세였다. 홋다 아야코는 33세였으며, 폐결핵과 척추만성염증으로 투병하고 있었다. 장편소설 '빙점' 바람이 불기 10여 년 전이었다. 문병을 간 미우라 미쓰요가 침대에 누워 있는 홋다 아야코를 처음 본 순간 반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환자에게 성경의 한 구절을 읽어주었다.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는 내용은 언제 완치될지 모르는 환자에게 들려줄 만한 것은 아니었다. 다음에는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이라는 찬송가를 불러줬는데, 장례식 때 많이 부르는 것이었다.
'나의 아내 미우라 아야코'(투영 발행)는 미우라 아야코의 남편 미우라 미쓰요가 30년 넘게 부부 생활을 하면서 아내 곁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은 책이다.
두 사람은 만난지 4년만에 결혼했으며, 남편의 성을 따른 미우라 아야코(三浦綾子)라는 이름은 몇 년 뒤 '빙점'의 작가로 일본 전역에 알려지게 된다.
그의 남편은 시인도 소설가도 아니었으며, 40대 초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줄곧 아내의 집필 활동을 도왔을 뿐이었다. 그러나 미우라 미쓰요는 아내를 극진하게 사랑했고 그 사랑의 깊이는 에세이에 진솔하게 담겼다. 확실히 직접 겪은 체험은 어떤 미문보다도 큰 호소력을 갖는다.
남자는 병에 걸린 여자와 천천히 사랑에 빠져들었다. "도련님이 결혼하는 꿈을 꾸었어요"라는 형수의 말에 편안하게 "아야코씨와 결혼할 생각입니다"라고 답했다. 신혼은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아내는 잡화점을 하면서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1964년 7월 아사히(朝日)신문 장편소설 1,000만엔 현상공모에 '빙점'이 당선됐다. 발표가 나기까지 번갈아 고열에 시달렸던 두 사람은 잠시나마 평온해질 수 있었다. 66년 단행본 '빙점'이 출판됐다. TV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영화 스크린으로도 옮겨졌다.
미우라 미쓰요는 벌목사업소를 그만뒀다. 아내의 건강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체면 운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옛날 무사들은 스스로 칼을 사용해서 요리를 했다고 들었다. 어떤 일을 분담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생각"이라고 남편은 말한다.
실제로 아내는 많이 아팠다. "밤이 되면 더욱 큰일이었다. 혼자서 일어날 수가 없다. 나는 이불을 걷어주고 안아 일으켜 이불 위에 앉게 한다. 자칫하면 쓰러지기 때문에 반드시 내가 화장실까지 함께 들어가 변기에 앉힌다. 식사 때의 젓가락 사용의 부자유스러움, 목욕할 때의 어려움까지 하나하나 글로 쓰고자 한다면 한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이런 병에 걸린 아내가 숲처럼 조용했다고, 자신도 커다란 훈련이 되었다고 기억한다.
그는 고난도 하나의 사명이라고 믿는다. 오히려 "아내로 인해 좋은 것들을 실로 많이 부여받았다"고 말한다. "결혼 생활은 즐거운 것뿐만 아니라 괴로운 일도 있지만 둘이서 협력해 나갈 때 극복할 수 있다"는 축사가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는 것을, 인생의 큰 가르침이고 격려라는 것을 두 사람은 누구보다도 크게 절감했을 것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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