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자녀양육과 직업양립의 어려움 등으로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함에 따라 급격한 인구감소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2000년에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은 평균자녀수(합계 출산력)는 1.5명인데 비해 인구가 줄어들지 않게 하기 위해 여성이 낳아야 하는 최소한의 자녀수(대체 출산력)는 2.1명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이렇게 인구가 감소하면 노동과 사회복지 비용, 국방을 담당해야 할 청년층이 줄어드는 반면, 고령인구비중은 늘어나 기업과 국가의 인적자원 활용과 사회보장 수급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이러한 문제인식과 대책의 강구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 유럽연합(EU)과 같은 국제기구나 선진국의 주요정책 이슈가 되어 왔다. 그래서 남녀고용평등제도와 함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제도의 강화와 그 비용의 사회분담화가 추진되고 있다. 건강한 상태에서 임신, 출산하여 자녀를 건강하게 양육하는 것은 기업과 지역 사회, 국가에게 건강한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그 보호와 비용부담은 국가와 국민, 기업이 공동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임신과 출산은 여성만이 할 수 있지만 육아는 남녀가 함께 참여하고 책임을 나누어야 하며 그것이 남녀평등을 효과적으로 이루게 한다는 인식에서 육아휴직의 대상을 남녀근로자로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육아휴직제도는 육아문제로 인해 숙련 또는 유능한 인력이 퇴직하거나 직무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반면 휴직기간 동안 인력활용이 안되고 근로자의 전문성이나 숙련도 증진에 공백이 있는데다 휴직기간은 통상 1∼3년간밖에 안되므로 그 이후의 육아문제는 남게 된다. 육아휴직제도를 실시하는 많은 국가들이 육아휴직제도와 함께 일정기간 육아를 위해 단축근무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병행 실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1993년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하면서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단축근무를 하고 임금은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삭감하는 제도를 실시하여 왔는데 최근 자녀를 키우는 동안 근로시간이 정규근무시간 이하가 되어도 정사원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4월부터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해 여성에게 육아휴직제도가 실시되었으나 거의 활용되지 못하자 95년 7월 육아휴직제도를 실시하는 사업주에게 고용보험재정에서 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추가했다. 그러나 지급 실적은 매우 미미하였다. 무급휴직이어서 근로자들이 사용하기가 어려웠고 사업주들은 인력의 비활용문제로 시행을 꺼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2001년 11월 육아휴직대상을 남녀 근로자로 전면 확대함과 동시에 고용보험기금에서 육아휴직을 하는 근로자에게 월 2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고, 사업주에게도 육아휴직장려금액을 월20만원으로 인상하였다. 그럼에도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근로자는 7월 말까지 1,716명(이 중 남성은 41명)밖에 안 된다. 출산전후 휴가급여를 받은 여성 근로자들이 1만1,626명임을 감안하면 상당수 여성들도 육아휴직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원인은 급여액이 낮고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사업장 분위기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부가 육아휴직을 활용할 수 없는 여성근로자에게 월 20만원의 탁아수당(육아 보조금)을 주겠다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노동단체와 여성단체들은 이를 사실상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육아휴직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활성화 하려면 탁아수당의 지급 대상을 남성에게로 확대하고 육아를 위한 단축근무제의 도입과 함께 사업주들이 육아휴직 실시를 꺼리지 않도록 기업 장려금도 대폭 올려야 할 것이다.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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