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증권사 임직원이 연루된 각종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 침체로 빚에 몰린 직원들이 검은 돈의 유혹에 시달리는 데다, 증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허술하고 그동안 임직원 비위 행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결과"라며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증권업계 자정노력을 촉구하고 있다.▶건수는 줄어도 금액은 커져
지난 11일 굿모닝신한증권 서울 올림픽지점 김모(40) 지점장이 용산신협이 맡긴 예탁금 30억여원을 횡령한 뒤 잠적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올 4월에는 증권사 내부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키움닷컴증권의 감사팀장이 내부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공금 5억9,000만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달아났으며, 7월에는 현대증권 직원 김모(31)씨가 4년여간 고객에게 투자금을 빌려주는 '신용융자'를 이용해 공금 47억원을 빼돌렸다가 검찰에 구속됐다.
또 지난달에는 대우증권 영업직원이 5억원의 빚을 갚기 위해 기관투자자의 계좌를 도용, 델타정보통신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 적발됐으며, 특히 이달 초 D증권의 유명 애널리스트 정모씨가 2억원을 받고 하이퍼정보통신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가 검찰에 구속돼 업계에 충격을 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업계 금융사고는 1999년 34건에서 2000년 27건, 지난해 19건으로 감소했으나 올들어 상반기까지 10건에 사고금액이 88억원에 달하는 등 금액면에서는 대형화하고 있다. 또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조사건수도 99년 189건에서 2000년 274건, 2001년 411건으로 늘어났으며 올들어 6월까지 174건이 적발됐다.
▶허술한 내부통제가 비위 부추겨
하루 수조원이 거래되는 증시의 특성상 증권사 임직원들이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증권사들의 내부 감시 및 통제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굿모닝신한증권 횡령사건의 경우 증권사가 내부 감시를 통해 적발한 것이 아니라 피해를 본 신협측(고객)에서 감사를 앞두고 거래 계좌의 잔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또 횡령 지점장이 증권사가 엄격한 검증을 거쳐 공개 채용한 것이 아니라 금융상품 영업전문직으로 입사, 지점장으로 발탁돼 계약 경력직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현대증권 사건도 회사측에서 고객 계좌에 대한 감사를 철저히 하지 않는 점이 악용됐다.
증권사가 임직원의 비위 행위에 대해 제식구 감싸기 식 처벌을 해온 것도 모럴해저드를 부추기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비위행위를 저지른 증권사 직원은 97년 28명, 99년 199명에서 2001년 508명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241명에 이르지만 이들 1,329명 중 징계퇴직(면직) 처분을 받은 사람은 29.3%(390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직장이나 부서를 옮겨 증권업계에 계속 근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사고에 대해 해당 개인뿐 아니라 이를 막지 못한 증권사의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해 엄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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