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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예술가, 오래 잊혀진 그들/월북 예술가 그 이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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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예술가, 오래 잊혀진 그들/월북 예술가 그 이후의 삶

입력
2002.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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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복 광운대 국문학과 교수가 쓴 '월북 예술가, 오래 잊혀진 그들'은 임화 한설야 백석 정현웅 이쾌대 김순남 임선규 문예봉 황철 김용준 이태준 박태원 등 월북 예술가 12명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 이들이 월북 후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초점을 맞춰 작품세계 위주로 다뤘던 비슷한 주제의 책들과 구분된다.자연사로 생애를 마감하고 비교적 성공했던 역사화가 정현웅과 소설가 박태원을 빼고는 월북 예술가 대부분은 최후의 흔적조차 불분명하다. 시인 백석은 50년대 중반 이후 "낭만적·부르주아적 감각이 당성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집필을 금지당하고 평범한 농장원으로 살다 죽었다. 화가이자 수필가였던 김용준은 어이없게도 김일성의 초상화가 실린 신문을 그냥 버렸다는 이유로 처벌받을까 두려워 자살했다고 알려졌다.

극작가 임선규는 좌익활동 전력을 이유로 월북했고 폐결핵으로 요양소에서 사망했다고 알려졌지만, 그의 아내인 영화배우 문예봉은 인민배우가 되어 다복한 말년을 보내다 83세로 사망했다. 시인 임화는 아버지처럼 따르던 박헌영과 함께 월북했지만 남로당 숙청에 휘말리면서 결국 53년 스파이 등의 혐의로 총살당했고, 소설가 한설야 역시 62년 숙청당해 협동농장으로 추방당하는 비운의 삶을 살았다.

저자는 북한 문헌, 일본 자료, 탈북·망명자의 증언, 유족이 보유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추적해가고 있다. 당초 61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백석이 96년까지 생존했다는 사실, '임화가 미군방첩대(CIC) 요원이었다'는 미국 국방부 기록의 공개로 임화의 간첩설이 새롭게 제기된 사실 등 최근 논란이 됐던 내용도 소개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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