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 4회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 시상식에서 경기 광명북고 2년 이재원(17)양이 최고상인 친선대사상을 수상했다. 이양은 지난해 1월부터 러시아 노동자들을 무료진료해 주는 경기 동두천의 '실로암 의료센터'에서 통역 봉사를 해 왔다.이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이진희 한국일보 전 모스크바특파원)를 따라 러시아에서 3년간 거주했지만 의학용어는 익숙하지 않았다. 의학사전을 뒤져가며 병명과 증세 등을 정리하며 새롭게 외웠다.
이 곳을 찾는 이들은 인근 공단에 있는 염색·섬유공장이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출신 노동자들. 말도 통하지 않는데다 의료보험 혜택도 없어 사소한 질병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양은 "아들을 어떻게 하면 학교에 보낼 수 있느냐는 근로자를 보고 불법체류자라는 것을 알았다"며 "힘들게 일하고 월급도 제대로 못 받는 이들을 보면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서러움을 이들에게 되풀이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내 수화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양은 "말과 피부색깔은 달라도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보람"이라며 "장래 희망인 외교관이 되는데 적지않은 격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글 박은형기자 voice@hk.co.kr
사진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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