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스 반 헨스베르헌 지음·양성혜 옮김 현암사 발행·1만5,000원영국의 건축사학자 하이스 반 헨스베르헌의 '어머니 품을 설계한 건축가 가우디'는 자연친화적이고 과학적인 건축으로 요약되는 가우디의 작품세계와 생애를 조명한 평전이다. 마침 올해는 가우디 탄생 150주년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정한 '국제 가우디의 해'를 기념해 이 책을 출간했다.
가우디는 평생 괴짜로 통했다.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관능미는 건축가들 사이에서 저속한 키치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과도한 신앙심에 푹 절은 괴팍한 성격은 당대 문화계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같은 바르셀로나 출신인 거장 피카소는 청년 시절 반(反) 가우디 편에 섰다. 비평가들은 가우디를 '건축의 광인'이라 불렀고 그의 건축을 '술 취한 예술'로 취급했다.
책은 문화적으로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가 잇달아 꽃피고, 정치·사회적으로는 스페인 제국의 패망(1898), 무정부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켜 가톨릭 교회를 공격했던 '비극의 주'사건(1909) 등으로 어지러웠던 스페인의 19세와 20세기 사이를 관통하면서 가우디가 어떻게 그만의 독특한 건축예술을 완성시켜 나가는지 보여준다.
가우디는 건축을 땅 위에 고립된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자연에 대한 애정과 젊은 시절 심취한 철학과 미학, 노년에 얻은 종교적 깨달음을 건축에 구현하기 위해 애썼고 그 결과 그만의 미학적이고 생태주의적인 건축물들을 탄생시켰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전원주택단지 구엘 공원은 해발 150∼210m의 고지대에 세워졌다. 가우디는 공원 부지의 풍부한 자연미를 보존하기 위해 초목을 잘라내지 않았고 공원의 꼭대기까지 이어진 구불구불한 길은 등고선을 따라 만들었다. 아름다운 소나무 한 그루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성당 설계 자체를 수정하기도 했다. 또 타일 조각, 질그릇 조각, 침대 용수철 등을 모아 재활용했다.
저자는 가우디의 작품 세계의 기조는 '정직한 노동과 예술'이라고 정의 내리고 그 기저에는 스페인 동북부 카탈루냐 지역 문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또 '비극의 주' 사건 이후 가우디는 무정부주의와 무신론에 맞서기 위해 가톨릭 진영이 단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종교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성가족 대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축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가우디가 친구나 동료와 나눈 대화와 메모, 건축과정의 뒷이야기는 물론 당대 문화계 인사들이 그의 건축이나 인품과 관련해 언급한 저작 등을 총동원해 전차 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하기까지 그의 행로를 추적한다. 스페인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 100여 컷의 화보도 충실하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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