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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히딩크도 흘러가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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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히딩크도 흘러가는 물

입력
200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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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파문이 엄중경고 선에서 마무리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번 칼럼(8월23일자 42면 '박항서 감독을 흔들지 말라')에서 지적한 대로 대한축구협회가 현실적이고도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아시안게임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서 국민의 여망에 따른 협회의 부담과 감독의 자존심이 이 같은 대립의 원인이 됐다고 여겨지지만 수습이 된 만큼 양자는 이제부터라도 한국축구 발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나 자신 대표팀 감독 출신으로 외람되지만 박항서 감독과 축구협회에 당부의 말을 드리고 싶다. 먼저 박 감독에게는 소신있게 팀을 이끌어주기를 부탁한다. 계획이 섰으면 동요하지 말고 추진하는 뚝심이 필요하다. 히딩크 감독이 성공한 것은 철저한 준비와 저돌적인 돌파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 하나 아시안게임 성적에 너무 부담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아시안게임이 월드컵 4강 성적을 검증받는 자리가 될 수 있지만 선수 구성원, 준비기간, 지원이 모두 월드컵 때와는 다르다. 국민의 여망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근시안적인 태도로는 결코 축구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 일본은 브라질출신 지코 감독을 일찌감치 선임했고 아시안게임에도 21세 이하대표팀을 파견하는 등 장기적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일본의 목표는 말할 것도 없이 2006독일월드컵 4강이다. 눈앞의 성적에 연연해서는 유럽, 남미의 벽을 도저히 넘을 수 없음을 일본은 이번 월드컵서 깨달은 것이다.

협회에는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로 당부를 대신하고 싶다. 세상만사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히딩크 감독도 흘러가는 물이다. 언제까지고 히딩크 감독의 저수지에 갇혀서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히딩크 감독이 훌륭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고 한국축구의 자생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말이다. 협회는 이제 박항서 체제에 전폭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분열을 극복하고 추진력을 되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팬들도 아시안게임 성적으로만 한국축구를 평가하지 말기를 바란다. 아시아의 축구강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월드컵서 참패한 이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긴 안목으로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도 언제든지 제2의 사우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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