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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의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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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의 불평등

입력
200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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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10명인 한 시골 초등학교가 있다. 학교측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일부에게 급식을 나눠주기로 했다. 당초 2∼3명의 아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려고 계획하자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우리 아이에게도 급식을 나눠줘야 한다." 교장 선생님 이하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 10명의 학생 중 가장 형편이 나은 1명을 제외한 9명에게 급식을 나눠주기로.말 많았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이 전국 임차 상인 중 90%를 보호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최종 확정됐다. 당초 80%의 상인들만 보호하겠다는 방침에서 "보호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압력'으로 한 발 물러선 결과였다.

그동안 상가 건물주의 횡포에 대해서 입주 상인들이 아무런 대항도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보호 대상 상인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언뜻 환영할만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법 제정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데 있다. "영세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법의 취지는 보호 대상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부유한 상인들을 보호하지 않기 위해서"로 변질됐다.

정부 관계자는 "주택처럼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닌 만큼 모든 임차인을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떤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 적용 대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법 제정 취지를 살리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모든 상인들을 보호 대상에 포함시키든지.

10%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에게만 예외적인 혜택을 주는 법은 수긍할 수 있어도 10%만 불이익을 주기 위해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은 수긍하기 어렵다. 만약 당신이 가장 부유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유일하게 급식을 받지 못하게 된 아이의 부모라면 아무런 불만 없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영태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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