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아랍인도 추모행사 미국내 편견은 여전9·11 테러 1주년을 맞는 미국내 아랍인들은 11일 어느때보다 착잡한 하루를 보냈다.
이날 하루만 미국 각지 이슬람 단체에서 100여건이 넘는 추모행사가 펼쳐졌으나 이슬람을 보는 미국인의 편견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모행사의 내용도 희생자에 대한 묵념 외에 백인들과 아랍인들이 9·11 사태 이전의 관계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바람이 빠지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모하마드 라트(38)는 "9년 전 인도 구자라트에서 시카고로 이주해 올 때만 해도 편안했으나 테러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며 "지금은 고향에 대한 짙은 향수를 느낀다" 고 말했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 이라는 빈정거림은 거의 없어지고 공식석상에서 이슬람인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좋아졌으나 사적인 관계에서 미국인이 의심없이 우리를 받아들일지는 회의적" 이라고 덧붙였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깜깜/美구금 "불법전투원" 달력없어 평소처럼
9·11 테러와 관련, 쿠바 동부 관타나모 미군 해군기지에 억류돼 있는 598명의 '불법 전투원' 들은 1주년을 맞은 11일 이날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른 채 하루를 보냈다.
감옥 내 세월의 흐름을 알려 줄 만한 달력 하나 제대로 걸려있지 않은 데다 미군들도 소식을 알려주지 않고 그들끼리 조촐한 추모식을 치르는 것으로 행사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델타 캠프에서 억류임무를 맡고 있는 릭 바쿠스 여단장은 "그들에게 어떤 특별한 공고를 하지 않았다" 며 "70여명의 미군들이 텐트에서 간단한 묵념을 했을 뿐 평상시와 특별히 다를 것은 없었다" 고 말했다.
현재 43개 국적의 598명이 억류돼 있는 관타나모 기지는 아프가니스탄에 구금 중인 81명이 추가 이송될 것을 대비, 816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구금시설을 넓히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확장되는 시설의 일부는 대 이라크 전에서 생길 포로를 수용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황유석기자
■황당/희생자 집계착오로 생존자를 사망 호명
9·11 테러 이후 1년이나 지났지만 정확한 희생자 수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가 11일 발표한 테러 희생자는 총 3,025명.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에서 2,801명, 생크빌 외곽에서 강제 추락한 여객기의 사망자 40명, 펜타곤과 충돌한 여객기의 탑승객 승무원 59명 및 펜타곤 안에 있던 125명을 합한 수다.
하지만 이 중 WTC의 희생자 수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뉴욕시는 실종자 중 70여명을 희생자 명단에 올리지 않았고 실종자 등록 과정에서 가족들의 이중 신고, 신원 조회 오류 등으로 정확한 집계를 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실제로 11일 WTC 붕괴현장에서 거행된 추모식에서 생존자의 이름이 사망자로 호명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9·11 직후 소재 파악이 안돼 사망자로 등록됐다가 무사한 것으로 밝혀진 니콜라 램플리가 시 당국에 생존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9·11 희생자 수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9개월 동안 계속된 WTC 잔해 제거 작업이 끝났지만 신원이 파악된 희생자는 1,380명뿐이다. 가족들의 신고로 명단에 올랐지만 유해가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들의 정확한 생사 여부는 한동안 확인되기 어려울 것 같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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