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하는 경제개혁을 굳이 '경제관리 개선방안'이라 부르고 있다. 경제자체는 별 문제가 없지만, 관리 방법에 다소 문제가 있어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 북한은 혁명이라는 단어는 좋아해도 개혁이라는 말은 싫어한다. 이미 혁명을 통해 모순이 시정됐기 때문에 개혁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홍성남 내각수반은 북한 정권 창건 54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 "사회주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면서 가장 큰 실리를 얻을 수 있게 경제관리 방법을 개선해 인민생활 향상을 다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고위인사가 다중을 상대로 한 공개석상에서 '경제관리 개선방안'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외교부 관계자들이 평양 주재 외교관을 상대로 설명회를 갖고, 일본을 방문중인 무역성 부상이 세미나에서 의견을 밝힌 경우는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백 그라운드 브리핑(배경 설명)이었다. 홍성남의 공개 발언은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가 이미 제도화 단계에 가 있음을 말해준다.
■ 이 조치로 책임경영제와 성과급 등 근로자의 생산의욕을 고취시키는 소위 인센티브제도가 도입됐고, 물가와 환율 등이 현실화 됐다. 쌀과 옥수수 등 식량과 생필품가격이 수십배 오르고, 환율이 달러당 2.2원에서 150원선으로 70배 가까이 조정됐다. 물론 월급도 몇 십배가 올랐다. 지난달 말 방북 했을 때 평양의 만수대 창작사에서는 그림에 붙은 가격표를 다시 다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1층의 그림에는 인상된 환율의 가격표가 붙어 있었고, 2층에는 옛 환율로 된 가격표가 그대로 있었다.
■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는 많은 혼란과 시행착오를 수반해야만 한다. 중국의 경우만 봐도 개방의 와중에서 천안문사태라는 유혈참사를 겪었고, 러시아도 가격폭등과 소비재 부족 등의 혼돈이 불가피 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경제관리 개선방안'을 김정일 위원장의 도박이라고 말한다. 김 위원장이 경제개혁과 개방에 수반 될 파고를 헤쳐나갈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병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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