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대학입시 수학능력시험 원서 접수자가 사상 최소인 67만5,000여명으로 줄었다는 뉴스는 근시안적인 대입행정을 떠올리게 한다. 대학입학 지원자가 정원(2년제 포함)보다 적은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아직 내년도 대입정원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67만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수능시험 원서접수자가 약간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결시율(3% 내외)과 1학기 수시모집 합격자 수(9,000여명)를 감안하면 정원보다 1만명 정도 부족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2000년까지도 90만명에 가깝던 응시자 수가 이렇게 준 것은 갑작스런 일이 아니다. 교육통계나 인구통계 등에 예고된 일이었는데, 교육당국이 대학 수와 입학정원을 계속 늘려 세계에 유례 없는 고졸자 부족현상이 빚어졌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고등학생 수가 계속 줄어오는 동안 교육당국은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유지해 온 것이다. 이른바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란 문민정부 시책 때문이었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대학설립을 허가했고, 수도권 이외 대학의 증원을 허용해 1996년 이후 대학 34개, 정원 16만5,000여명이 늘어났다.
대학정원 과잉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운영난으로 문을 닫은 대학이 생겨났고, 폐교위기에 빠진 대학도 많다. 학생의 질을 따지기 보다 머릿수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교수들에게 학생 유치업무를 맡기는 것이 대다수 지방대학의 현실이다.
지금 교육인적자원부에는 1만5,000여명의 정원 증원신청이 접수돼 있다. IT산업 분야 등 증원이 불가피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정원을 동결하고, 단계적으로 정원을 줄여나가지 않으면 대학은 공멸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학생 채우기 과열경쟁은 대학교육의 총체적인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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