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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대선기간 동창회 등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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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대선기간 동창회 등 금지

입력
200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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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운동기간인 11월 27일부터 23일간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모임을 할 수 없도록 한 법 규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에서는 고질적 연고주의로 인한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규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안병도(安炳道·45) 선거관리위원회 공보과장과 이석연(李石淵·48) 변호사(전 경실련 사무총장)로부터 입장을 들어봤다./박은형기자 voice@hk.co.kr

● 표현의 자유침해 위헌소지 있어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다."

이석연 변호사는"동창회와 향우회, 종친회를 금지하는 것은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 그리고 표현의 자유 중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과열을 방지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자는 입법 동기의 정당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방법이나 절차 역시 정당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대선은 연말에 치뤄지기 때문에 망년회를 포함해 각종 동창회와 종친회 모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고, 또 전국이 하나의 선거구가 되어버리기에 국민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을 규제하게 된다"며 "공공질서의 유지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이 같이 국민들의 일상생활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잉 금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2명 이상이 모이면 모두 집회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몇 명이 모여야 실제 처벌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한 것 아니냐"며 "이 같은 일률적인 금지 조항은 국민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법률만능주의에서 기인한 것이자 행정편의주의에 기반한 졸속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조 3항을 보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집회나 모임을 주최하는 행위를 금한다'고 되어 있기에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1항을 삭제해도 큰 무리는 없다"며 "과열 현상의 근본 해소를 위해서는 저효율 고비용의 정치문화를 타파하고 성숙한 선거문화의 정착을 통해 국민의 올바른 주권행사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석연 변호사·전 경실련 사무총장

● 연고주의 타파에 도움될 것

"지연 혈연 학연으로 대표되는 연고주의가 없어지지 않는 한 공정한 선거는 불가능하다."

안병도 과장은"우리나라는 조직을 이용한 선거에 치중하기 때문에 후보자와 선거운동원 사이에 돈 거래가 많아질 수 밖에 없고, 이것이 불공정선거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이미 집회나 모임 등과 관련해 주의·경고를 받은 건수가 8,000여건 중 2,000건이었다"고 했다.

안 과장은"그 동안 향우회가 적발된 사례가 많았는데 이번 대선 기간에는 망년회를 비롯해 훨씬 더 많은 모임이 홍수를 이룰 것"이라며"이제는 같은 출신지역, 출신학교 표를 몰아주던 과거의 관행을 바로잡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선거법 103조 1항은 우리 선거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지역감정 타파와 연고주의라는 여론에 힘입어 2000년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제정된 것"이라며 "동창회와 향우회는 애향심이나 주민 결속력을 높이는 기능보다 고향이 어디인지, 성씨와 본관은 어떻게 되는지, 어느 학교 출신인지 따지면서, 분열과 대립·갈등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헌법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순수한 집회도 있다는 것은 알지만 선거기간에만 금지되는 것을 감안했으면 한다"며 "2000년 2월에 제정된 법을 선거를 100일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변경할 경우 규제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어 더 문제가 된다"고 했다. 또 "이미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에서 선거운동으로 집회와 거리연설을 금하고 매스미디어로 제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안병도 선관위 공보과장

■선거법 제103조 1항은 "선거기간 중 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에서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현행 조항은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가 낸 의견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받아들여 2000년 2월 16일 여야 합의로 법제화한 것이다.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2000년 4월 16대 국회의원 선거와 올 6월 지방선거 때 76건의 위법사례가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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