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출가자는 거둘 수 없다."최근 한국사회 변화에 따라 실직,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늦은 나이에 출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불교 조계종이 출가 제한 연령을 대폭 낮추는 초강수를 내놓았다.
현재 전국의 산사로 출가하는 사람은 1년에 2,000여 명 선으로 이중 예비승려인 사미계 또는 사미니계를 받는 사람은 500여 명 정도이다.
이전에는 이들 중 90%가 10∼20대였으나 1990년대 들어 산문을 두드리는 출가자의 연령대가 차츰 올라가면서 최근에는 30∼4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40대 이상 출가자의 경우 98년 IMF 사태 이전에는 8∼9% 선이었으나 이후 꾸준히 늘어나면서 지난달 26일 통도사에서 올 하반기 교육에 들어간 제23기 행자(行者)교육원생 199명 중 87명(44%)이 40대 이상의 늦깎이 출가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도반(道伴) 같은 상좌(上座)'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승단의 위계질서를 위협할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은사가 제자보다 젊은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조계종은 10일 임시 중앙종회를 열고 출가 연령을 대폭 낮추도록 한 종단 교육원의 개정안을 확정했다. 확정안은 행자교육원 수학 자격을 종전 '15세 이상 50세 이하'에서 '15세 이상 40세 이하'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교육원 측은 10∼20대 출가자와 40∼50대 출가자가 함께 수행을 하다 보니 위계가 서지 않고 50세가 넘어 구족계(비구·비구니계)를 받는 경우도 생기다보니 종단의 원활한 운영과 포교에도 지장이 있다고 개정 배경을 밝혔다.
교육원 교육부장 도현 스님은 "40대 이상 출가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흡연, 음주 등 속세에서 익힌 습(習)이나 건강 상의 이유로 중도에 탈락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엄격한 행자 교육과정의 분위기가 흐려지고, 승가공동체의 화합에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불교는 심오한 철학적 요소를 많이 담고 있는 종교여서 깨달음을 얻으려면 젊은 시기에 출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뒤늦게 발심(發心)해 출가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권리 제한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또 불교계가 사회 각계 전문인력을 받아들이는 데 장애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승려에게는 타 종교와 달리 성직자로서의 길 뿐만 아니라 수행자로서의 길이 있다는 특수한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출가 연령제한 안(案)은 94년 종단개혁 때도 제기됐으나 "불문(佛門)을 제한한다"는 반대 여론에 밀려 통과되지 못했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구도(求道)의 길에 연령 제한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40대 이상의 늦깎이 출가자를 전통적 개념의 승가 공동체에 포함시킬 수는 없더라도, 종단적 차원에서 이들을 배려하는 장치를 앞으로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 조계종 승려 되려면
출가 행자는 5개월 간 사찰에서 수행과 교육을 거친 뒤 첫 관문인 행자교육원에 입교해야 한다. 행자교육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서류심사와 신체검사, 입방(入房)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입방후 5급 승가고시에 합격하면 예비승려 자격인 사미·사미니계를 받는다.
계를 받은 뒤에는 종단 교육기관인 강원, 중앙승가대학, 동국대 불교학과 등에서 4년간 교육을 받는다. 교육 후 4급 승가고시에 합격하면 구족계를 받아 정식 승려가 된다. 구족계를 받은 시점부터 승납이 매겨진다. 승납 10년차에 선원 4안거(安居·수행 정진)와 종법이 정한 교육을 이수한 승려는 3급 승가고시에 응할 수 있다. 3급 고시에 합격하면 종단 소임을 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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