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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돌아온 공신"

입력
200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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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심술을 접고 축복을 내렸다." 종합주가지수가 12일 트리플위칭데이(선물·옵션·개별종목옵션 동시 만기일) 징크스와 미국증시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730선을 회복했다. 최대 공신인 외국인은 이날 1,600억원 이상 순매수, 4일째 매수우위 기조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9·11테러 1주년이 사고 없이 지나간 만큼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경우 시장분위기가 크게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다.

▶외국인 핵심 우량주 집중 매수

이날 현재 외국인은 주간 단위로 2주 연속, 월간 단위론 8개월 만에 처음 순매수를 기록해 장마처럼 지리하게 계속됐던 매도공세를 접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외국인은 올들어 1월에만 순매수(1,449억원)했을 뿐 2월부터 8월까지 5조원 이상의 매도공세를 펼쳤다.

매수주체 부재로 시장에너지가 고갈돼 가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뚜렷한 매수세로 전환하자 지수는 20일선(727포인트)을 넘어 60일 이동평균선(736포인트)마저 훌쩍 뛰어넘었다.

외국인의 매매패턴에도 질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중소형 우량주 중심의 소극적인 매매에서 벗어나 지수관련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9일부터 11일까지 삼성전자(1,202억원), SK텔레콤(239억원), LG전자(179억원), KT(170억원), POSCO(129억원) 등 핵심 우량주를 중심으로 1,857억원을 순매수했다.

▶700선 초반은 매력적 지수대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은 최근 실적이 좋으면서도 저평가돼있는 통신, 전자업종의 우량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면서 "700선 초반은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력적인 지수대라는 인식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시장이 중동전과 추가 테러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보인 것도 매수세 전환의 주요인이다.

동양종금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4일째 순매수한 것은 7월 중순 이후 처음"이라며 "국제자금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달러화 하락으로 국내 펀더멘털과 주식시장에 부담을 느끼던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점차 호전되고 있다"고 순매수 배경을 분석했다.

▶공격적 매수는 시기상조

외국인의 매수 선회로 시장흐름이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본격적인 매수를 기대하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한화증권 조덕현 연구원은 "이머징마켓펀드의 한국 비중이 지난달 초 21.95%로 사상 최고를 기록해 외국인이 적극적인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진단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다 통상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인자금이 이탈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걸림돌이다.

현대증권 임병전 연구원은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한국주식 사기에 나섰다고 보긴 어렵지만, 외국인 주도 장세에서 강세를 보이는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은 3분기 이후 실적이 전분기 대비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양제넥스, LG상사, 기아차, 현대모비스, LG석유화학, POSCO, 신세계 등을 선별 추천했다.

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 의지가 지수 700선 부근에서 다시 확인됐지만, 상승세를 이어가기엔 모멘텀이 부족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국인의 매매 향방은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와 이라크공격 여부, 10월 중순까지 예정된 사전실적 발표 등에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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