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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불황에 테러재발 공포까지… 신음하는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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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불황에 테러재발 공포까지… 신음하는 실리콘밸리

입력
200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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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보기술(IT)의 기관차라는 미국 실리콘밸리(사진)의 공기는 9·11 테러 1주년의 엄숙함 만큼이나 무겁다.IT산업의 불황으로 부동산 거품은 급속도로 붕괴됐고, 실업률은 미국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테러 재발 공포까지 더해져 묘한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11일(현지 시간)로 3일째 접어든 '인텔 개발자 포럼(IDF)'도 도무지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IDF는 2년전만 해도 역동이 넘쳐 흘렀던 세계 최고 권위의 반도체 컨퍼런스다. IT 혁명의 대명사로 불리던 '실리콘밸리 현상'이 한때 미국 '신경제'의 얼굴이었다면, 지금 이곳의 모습은 미국의 불황을 웅변하는 정반대의 거울이다.

실리콘밸리 일대의 빌딩은 임대료가 1㎡당 월 80센트대로 폭락했는데도 빈 사무실이 즐비하다.

미국계 반도체 회로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코웨어 김동식 부사장은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는 1㎡당 8달러로도 사무실을 못 구했는데 지금은 80센트도 비싸다고 여긴다"며 "우리 회사가 입주한 건물의 사무실도 절반 이상이 비어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2000년 12월부터 올 5월까지 전체의 8%인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현재 실업률이 미국 최고수준인 7% 후반(미국 평균 5%대)에 달한다. 벤처자금도 83%나 감소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를 입증하듯 썬마이크로시스템스, 휴렛팩커드 등 다국적 IT 기업의 주차장은 텅 비어있었다. 스탠포드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다는 다니엘 바른은 "승용차는커녕 사람 지나갈 틈도 없이 꽉 찼던 이들 기업 주차장이 이제는 방공소개령이 내려진 듯 썰렁하다"고 말했다.

IDF의 전시장에도 그늘이 깊게 패여 있다. 매년 봄 여름 2차례 열리는 이 행사는 전세계 컴퓨터 및 주변기기 개발자들이 모여 인텔의 신기술 등에 대해 토론하는 전세계적인 '브레인 스토밍'의 장(場)이다. 그러나 올해 이 행사 전시장에 부스를 차린 업체는 당초 기대했던 140여개도 못미친 120여개에 불과했다. 11일 폐막시간도 원래 오후 2시30분으로 되어있었지만 관람객이 워낙 없어 1시간이나 일찍 짐을 꾸려 철수하는 업체들이 속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국 IT 기업들이 참가비가 부담이 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려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자금사정이 괜찮은데도 테러 재발 우려 때문에 불참한 업체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대만 SIS사의 엔지니어인 마이클 후앙은 "아예 없어진 IT 컨퍼런스도 많고, 세계최대의 IT박람회인 컴덱스마저 재정난을 겪고 있을 정도로 미국 IT산업의 불황이 심각하다"면서 "9·11 테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행사장 곳곳에 켜놓은 삼색 촛불이 마치 실리콘밸리의 추락을 추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너제이=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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