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디캡이 높은 골퍼들은 처음에는 멋진 폼으로 연습스윙도 하면서 플레이에 들어간다. 그러나 홀이 거듭되면서 미스 샷이 나오면 영락없이 힘으로 때리는 스윙으로 변한다. 몇 번 푸드덕 거리다 보면 나중에는 채가 사람을 휘둘러대는 꼴이 된다. 이런 것들은 사실 골프장의 난이도와 무관하지 않다.대개 티 박스에 들어서면 그 홀의 레이아웃이 그려져 있는 보드가 있다. 아주 친절하게 홀의 번호, 거리, 그린의 위치, 모양 등이 표시돼 있고 핸디캡 1∼18번의 번호도 새겨져 있다. 이를 두고 "핸디캡 18번홀은 핸디 18인 골퍼가 파하는 홀이야" 하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 번호는 골프장 코스의 난이도에 따라 붙여진 것이다. 이는 잘치는 골퍼를 기준으로 하며 초급자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고 하겠다.
핸디캡 번호는 홀의 길이, 지형의 높낮이, 페어웨이의 굽은 상태, 벙커의 위치, 그린의 크기 등을 고려해 부여된다. 어렵다는 핸디캡 1번 홀의 경우 대개 거리가 길어 티 샷을 충분히 멀리 보내야 하고, 세컨드 샷을 할 때 미들 아이언 또는 롱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자연히 그린이 작아 파온이 어렵다.
또 중간에 좌우로 돌출된 나뭇가지가 샷을 방해한다. 그린 옆에 벙커가 있고 그 턱이 높을수록 난이도가 더해진다. 만일 파온에 실패했을 경우 러프에 있는 볼을 핀에 붙일 수 있는 숏게임 기술을 시험받게 된다.
한 홀의 파를 위해 드라이버 거리, 미들 아이언의 거리와 방향의 정확도, 그린 주변에서의 처리기술 등을 골프장 설계자가 시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짧은 거리의 핸디캡 1번 홀도 있다.
거리가 짧으면 그에 따른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해 벙커, OB(Out of Bound), 포대그린, 워터해저드 등을 만들어 공략이 어렵도록 한다.
그러나 핸디캡 순서에 따라 홀별로 공략방법을 달리하고 세심하게 샷을 하면 의외의 성과도 거둘 수 있다. 어려운 홀은 2샷 2퍼트 보다는 3샷 1퍼트를 기준으로 플레이 하다 보면, 초급자들도 의외로 버디나 파를 하게 된다.
유응열/경인방송골프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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