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9·11테러 1주년 기념식 및 12일 유엔 총회에서 잇따라 가진 연설을 통해 이라크 공략에 대한 복안을 내비쳤다.부시 대통령은 먼저 11일 뉴욕 엘리스 섬에서 대국민연설을 통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겨냥, "미국은 폭군의 위협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기정사실화했다.
유엔에서의 연설은 국제사회에 대한 양자택일 선택을 요구한 것이었다. 그는 '악의 축' 3개국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던 이라크를 '무법자 정권'이라고 지칭한 뒤 "미국이 항상 먼저 공격을 당하고 그 후 행동에 돌입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정당하지 않다"고 강조, 선제공격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그는 "걸프전 이래 11년 간 유엔의 결의를 무시해 온 이라크의 독단을 방치할 경우 유엔은 무력화할 것"이라며 유엔을 압박하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무기사찰 수용을 포함한 새로운 결의를 모색하겠다고 밝혀 그동안의 단독 행동 불사방침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는 최근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또 자신의 아버지인 조시 부시 전 대통령이 93년 이라크의 지원을 받은 암살 기도를 모면했다면서 이라크에 대한 개인적인 악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정통성이 없는 정권은 권력도 잃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라크가 미국의 선제공격을 모면할 수 있는 조건으로 대량살상무기 즉각 공개 및 해체 테러리즘 지원 중단 투르크멘인 등 민간인 탄압 중지 걸프전 피해 보상위한 국제노력에 협조 유엔 경제제재 조치 준수 등 5개항을 제시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부시의 유엔 연설이 "장기간 계속될 2단계 테러전의 시작을 선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부시의 연설에 대해 "후세인정권을 불법무도한 체제로 규정하고 미국의 선제공격에 앞선 유엔의 대 이라크 선제행동을 촉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엔의 대 이라크 사찰에 대한 구체적인 시한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시한은 몇 달이 아닌몇 주내로 설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미뤄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이 단행될 경우 이르면 11월 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부시에 앞서 총회 연설을 통해 미국의 대이라크 단독 행동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유엔 헌장은 모든 국가에 공격받을 경우 자위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미국의 공격에는 유엔의 승인이라는 합법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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