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모아진 수재의연금이 700억원을 돌파했다. 4년 전 집중호우 당시의 683억원보다 많은데, 모금기간이 연장됐으므로 이 달 말까지는 1,0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 수재의연금 모금사에 새로운 기록이 세워질 것 같다. 이웃의 불행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온정은, 수해지로 달려가 구슬땀을 흘리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함께 미증유의 재해를 당한 수재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반갑고 흐뭇한 일이다.그러나 재해 구호의 일차적 책임자는 지자체다. 재해구호법에는 각 시·도가 재해 구호에 관한 계획과 조직을 확립해 상시 조치를 취하고 재해가 발생하면 신속히 구호하도록 규정돼 있다. 특히 각 시·도는 최근 3년 동안의 보통세 수입결산액 평균의 0.5%(서울은 0.25%)를 매년 재해구호기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그런데 기금이 없어 응급 구호를 하지 못하는 일이 올해에도 되풀이됐다. 지난 달 막대한 수해를 당한 경남도의 경우, 3년동안 한 푼도 모아놓지 않았다. 16개 시·도의 적립률도 평균 56%에 불과하다.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인천 충북 전북 경남은 1998년부터 전혀 적립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고, 복지부가 공문을 보내 기금 적립을 촉구했는데도 상당수의 시·도가 무시하거나 법정액을 지키지 않았다. 생색내기 좋고 남 보기에 그럴 듯한 사업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이번 태풍피해와 같은 유례없는 재해를 당하면 역부족이다. 그런데 할 일은 하지 않고 국민에게 손이나 벌리는 식이라면 지방정부가 있을 필요도 없다. 국고 지원이나 국민의 수재의연금은 어디까지나 지자체가 실시하는 공적 구호활동의 보완수단이 돼야 한다. 공적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거나 있는 규정도 충실히 지키지 않고 온정에만 의존하는 행태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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