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국정조사가 증인 채택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갈등에 정부측의 자료 제출 기피 현상까지 겹쳐 진통을 겪고 있다. 3일부터 예비조사가 시작됐지만 기초 자료도 확보하지 못한 의원들이 대부분이어서 부실 조사 우려가 무성하다.한나라당이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 대통령 차남 김홍업(金弘業)씨,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등의 증인 채택을 주장한 데 대한 민주당의 반대가 워낙 강해 국정조사 자체가 자칫 '개점 휴업' 상태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나라당 특위 위원인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11일 "국정조사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핵심 3인의 증인 채택은 양보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정치공세로 일축했고 앞으로도 타협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 문제에 걸려 한나라당이 이날 소집을 요구한 조사특위도 13일로 연기됐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은 이날 "천문학적 규모의 비리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정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증인 채택을 방해하고 정부는 법에 정한 자료 제출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 조사특위 박종근(朴鍾根)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감사원과 예보, 금감위, 공적자금 관리위 등의 자료제출 거부 사례를 일일이 거론하며 해당 기관장을 고발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이들 기관이 공적자금 투입기관의 경영상태 및 효과, 워크아웃 기업의 양해각서, 주가 조작 사범, 이형택 등 주요 인사의 금융자료 등의 자료 제출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감사원을 지목, "질문서, 답변서, 확인서 등의 자료는 내부 검토 자료이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지만 감사원법에 규정된 엄연한 공식 문서"라며 "얼마나 비리가 많길래 감사 결과조차 내놓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측 특위 간사인 김효석(金孝錫) 의원은 "한나라당이 있지도 않은 자료를 요구하는 등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감사원에 모든 자료를 요구한 뒤 응하지 않자 감사원장을 고발한다는 식의 한나라당의 정치 공세에는 절대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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