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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곤 못살아/박 상 면/"늘 비슷한 연기? 조금씩 변신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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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곤 못살아/박 상 면/"늘 비슷한 연기? 조금씩 변신하죠"

입력
2002.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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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코미디만 해서 어떻게 하냐, 배역이 똑같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가끔 있죠. 그럼 전 이렇게 얘기해요. '그럼 당신이 이런 역할 해보라'고."박상면(34)은 꽤 여유가 있다. 96년 '보스'로 영화 데뷔, 곧 개봉할 '도둑맞곤 못살아'가 15번째 영화다. '신장개업' '반칙왕'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등 그는 영화에서 주로 웃기는 모습만 보였다. 그런데도 느긋하다. '도둑맞곤 못살아'에 해답이 있다. 늘 비슷한 연기만 보이는 것 같지만 그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혹 사람들이 눈치챌까봐 살금살금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 그는 마누라 잘 만나 꽤나 잘 먹고 잘 사는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아이들은 그를 무시하고, 아내는 불신한다. 가족들로부터의 무시를 처음엔 모른척하는 속내가 보인다. '휴먼 드라마'에 출연해도 꽤 어울릴법한 듬직한 연기.

"저라고 왜 폼나는 검사, 변호사 이런 거 하고 싶지 않겠어요. 하지만 제가 어느날 갑자기 최민수 선배처럼 "오랜만이구나. 음" 하는 연기 해보세요. 다 웃지. 180도 갑자기 바꾸기는 위험하죠. 시간이 더 필요해요." 아직 '완전 변신' 하기엔 내공이 달린다는 얘기. 자신에 대해 인색하게 평가할 줄도 안다.

영화를 고를 때 감독을 많이 보는 편. 그런데 이번 영화 감독은 신인이다. 대체 뭘 보고? "감독이 중학교 동창이에요. 딴데도 아니고 변두리 청량중학교를 같이 나왔는데…."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청량리에서 갈비집을 하고 있다.

서울예대 연극과 졸업 후 연극무대에서 살다 97년 '넘버 3'의 '재떨이' 역으로 이름을 알린 후 그는 몇 년간 '실력있는 조연'이었다. "아무래도 주연급 연기자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은 '조폭 마누라'겠죠. 조진규 감독은 속편에도 출연하라고 하는데, 그건 아직 생각하는 중"이다. '조폭 마누라'에서는 동사무소 직원이었고, 이번에도 계장급 공무원으로 나온다. "둘 다 소심한데 앞의 것은 영 생각이 없고, '도둑…'에서는 꽤나 가장으로서의 고뇌에 차 있는 인물이죠."

몸피와는 달리 축구를 잘하는 편인데다 "워낙 준비된 연기자"라 상당한 비중의 액션 연기가 힘든 줄 몰랐다. "소지섭은 살이 없어 (몸을 묶은) 와이어가 뼈에 걸린다는 데, 저는 살에 박혀 아파서 혼났어요."

배우지만 시트콤 출연이 꽤 잦다. "시트콤 '세친구'가 없었다면 오늘의 박상면도 없었죠. 송창의 PD와는 인연이 각별해서 '연인들'에도 출연했죠. 영화하면서 시트콤하는 배우는 저 밖에 없을 걸요." '눅눅한 건 싫다'는 그의 코미디 연기는 팔자? 10여 년 전 점쟁이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머리 위로 필름 돌아가는 게 보인다"고 말해준 것처럼 말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도둑맞곤 못살아

도둑 맞았다고 못 산다고 사생결단할 것 까지야. 하지만 도둑이 한 번이 아니라 수시로 제집 드나들 듯 하며 가정을 유린한다고 생각하면, 누구도 못 참을 일이다.

'도둑맞곤 못살아'는 취미로 도둑질을 하는 엘리트 게임 프로그래머에 맞선 소심한 가장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낸다.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사무라이 픽션'의 감독 사이토 히로시가 소설로 발표했고, 이 원작을 각색해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었다.

재벌급 발명가의 딸이자 신 맛과 매운 맛을 구분하지 못하는 미맹(味盲)인 아내(송선미)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 공무원 고상태(박상면). 으리으리한 집에 주말이면 대형 TV 앞에 앉아 가족들과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즐기지만 끝나면 딸은 이렇게 말한다. "이거 하나만 같이 보면 되지?" 그는 소외당하는 가장이었다. 잘 나가는 프로그래머 최강조(소지섭)가 그의 집을 밤마다 찾아와 TV 리모콘, 만원 짜리 몇 장을 훔치고 아내가 만든 초밥을 먹어치우면서 그의 가족은 신경쇠약 상태에 빠진다.

'진지한 백치미'를 풍기는 송선미, 덩치에 맞지 않는 소심함이 그럴듯한 박상면, 몸을 사리지 않는 소지섭 등 주인공들과 조연들의 연기가 오락 영화치고는 상당히 정교한 편이며, 중산층 가정의 '이면'의 아픔을 그려낸 것도 비교적 성공적이다. 지나친 말장난과 지나치게 감동을 추구한 결말 부분이 흡족하지는 않지만 음식 맛에 경의를 표하는 도둑에게 연정을 품는 아내 등 기발한 설정의 일본 원작을 전반적으로 감칠맛 나게 요리했다. 대형 TV 등 지나친 간접 광고는 거슬린다. 임경수 감독 데뷔작.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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