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지 말자는 운동도 설득력만 있으면 호응을 얻는다. 큰 호응을 끌었던 하지 말자 운동은 'TV를 보지 말자'(www.tvturnoff.org/)이다. 매년 4월 "일주일간은 TV를 끄자. 대신 책과 가족, 운동을 가까이!"라고 외치는 이 운동을 지지하는 세계인 수는 약 4백만 명. 9·11 테러 일주년인 요즘에는 미 대통령영부인 로라 부시가 TV를 끄고 성찰의 시간을 가질 것을 호소한다.근로시간과 관련하여 새로 생긴, 하지 말자는 운동이 있다. 미국인들이 내년 2003년 10월 24일 직장을 쉬자고 제안하는 운동이다. 내년 그날은 연말을 9주일 앞둔 날로, 미국인은 유럽인보다 9주일 더 일하니 그날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이 운동은 아직은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듯하다. 온갖 운동이 벌어지는 것이 미국사회이어서 또 하나의 목소리 큰 운동으로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6개월 전 시작된 이 운동은 호응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논리에 설득력이 있다. '과노동의 미국인', '과소비의 미국인'을 쓴, 보스턴대의 사회경제학자 줄리엣 쇼어가 꼽는 논리는 이렇다. "미국은 일본을 앞서는 일 중독자의 나라이다. 지난 20년간 미국인의 연간 실근로시간은 계속 늘어 1,898시간(98년)인데 이는 일본을 넘어선 것이고 하루 24시간 일하는 닷컴직원 근로시간은 들어가지도 않은 통계이다. 과노동이 지속되는 이유는 둘. 기업의 더 많은 이윤추구와 근로자의 높아진 소비기준이다. 시간과 땀을 희생하는 대신, 수입을 늘려 풍족한 소비를 하겠다는 욕구는 기계와 컴퓨터의 이 시대에 노동시간이 길어지는 역설을 낳았다. 그러나 미국인은 변했다. 여가의 소중함을 알았고 소비를 자제하자는 인식이 싹텄다. 저녁식사를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생활에 대한 회의가 늘어, '직업-가족'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생겼고 대기업은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주5일 근무제 시행을 위한 정부의 개정안이 여론수렴 중이다. 노동자, 사용자, 정부가 오래 논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했고 정부가 만든 이 안에 노동계도, 재계도 반발중이다. 한국노총(www.fktu.or.gr)은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 전경련(www.fki.or.kr)은 휴일수 임금지급에서 선진국 기준을 주장한다. 노동계는 노동강도, 재계는 실근로시간을 언급하지 않는 일이 이상하고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이 답답하다. 참고. 우리의 실근로시간은 주5일 근무제 후에도 2,200시간을 웃돌 전망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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