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1주년을 맞은 11일 뉴욕과 워싱턴 등 미국 전역에서는 테러 경계령이 '코드 오렌지'로 한 단계 격상된 가운데 모차르트의 진혼곡 '레퀴엠'이 울려 퍼졌다. 전세계적인 '레퀴엠' 릴레이는 납치된 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WTC)로 돌진한 시간인 오전 8시 46분(한국시간 오후 9시 46분)에 맞춰 시간대가 가장 빠른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 뉴욕과 워싱턴 등의 한인회도 한인 희생자 23명에 대한 추모 모임을 가졌다. 아랍권은 별다른 행사 없이 긴장 속에 하루를 보냈다.
이날 추모식의 하이라이트는 오전 8시 46분 빌딩이 무너진 자리(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행사였다. 희생자 유족과 소방대원, 경찰 등 수만 명이 모인 가운데 1분 간의 묵념이 시작되자 인근 성바오로 교회 등에서 일제히 추모 타종이 시작됐다.
행사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고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낭독하는 것을 시작으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콜린 파월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 및 유가족 대표들이 빌딩 붕괴로 희생된 2,801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빌 로버트슨, 매기 해밀턴, 존 말로…." 희생자들의 이름을 다 부르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렸다. 그동안 유족들의 오열이 끊이지 않았고 곳곳에서 사랑하는 이에 대한 가호를 호소하는 기도 소리도 들렸다. 낯 모르는 참석자들끼리 포옹하며 서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 시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의 교회에서 추모 예배를 올렸다.
이어 블룸버그 시장과 유족 대표들이 지하 8층 깊이의 거대한 웅덩이로 변한 그라운드 제로로 내려가 장미꽃 1송이씩을 헌화했다.
뉴욕 추모행사는 이에 앞서 새벽 1시 백파이프와 드럼을 앞세운 행렬이 뉴욕시 5개 구를 각각 출발, 그라운드 제로 지점까지 행진하는 것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피랍여객기가 충돌한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와 용감한 승객들의 저지로 여객기가 추락한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 벌판에서도 부시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가 열렸다. 부시 대통령은 "납치범들과 격투를 벌여 또 다른 비극을 예방한 승객들은 진정한 미국의 영웅"이라며 애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에는 오후 4시 40분께 로라 여사와 함께 도착, 헌화한다. 이 자리에는 블룸버그 시장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각국 정상들이 모인 가운데 배터리 공원에서 '영원의 불꽃'을 점화하고, 부시 대통령이 오후 9시 1분부터 10여분 간 대국민 TV 연설을 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공식 추모행사와는 별도로 주요 도시에서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각종 문화행사가 잇달았다.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는 추모음악회가, 뉴욕 휘트니 미술관과 현대미술관, 유대 미술관 등에서는 무료 추모 전시회가 열렸다.
TV들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종일 추모행사를 생중계했다. 또 테러 당일의 장면을 되풀이 방영하면서 생존자 인터뷰를 내보내는 등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뉴욕=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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