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경기 포천군 약사봉 등반길에 나섰다 실족사한 것으로 발표된 재야지도자 장준하(張俊河·사진) 선생 의문사와 관련, 장 선생의 실족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당시 동행자가 중앙정보부 정보원이었다는 진술이 나왔다.이 진술은 장 선생이 타살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의문사위의 조사결과에 따라 현대사의 대표적인 미제사건인 장 선생 의문사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는 11일 "최근 전직 중정 직원으로부터 사건 당시 장 선생과 단 둘이서 약사봉 정상까지 동행했던 김모씨가 중정의 정보원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당시 중정 간부들을 소환해 김씨의 정확한 신원을 조사하는 한편 당시 중정 정보원 명단에 김씨의 이름이 있는지 확인키 위해 국정원에도 협조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위원회의 다른 관계자는 "진술 당사자가 이전 소환됐을 때는 한때 이를 부인하는 등 진술이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린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선생 사망현장의 유일한 목격자로 알려진 김씨는 사건 직후 경찰에서 "장 선생과 함께 약사봉 정상을 거쳐 하산하던 중 장 선생이 벼랑의 소나무를 잡고 바위에 발을 딛는 순간 가지가 휘청거리며 미끄러져 14m 아래로 추락했다"고 진술한 뒤 30여년 동안 같은 주장을 해왔다. 김씨는 당시 장 선생이 40여명 일행을 이탈해 혼자 약사봉으로 향하자 뒤따랐으며, 일행에게 사건 발생을 가장 먼저 알렸다.
김씨는 장 선생이 진보적 월간지 '사상계'를 발행하던 당시 알게 돼 장 선생이 신민당 후보로 7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을 때는 선거운동원으로도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김씨 진술에 의존, 장 선생의 죽음을 단순 실족사로 결론지었으나 시신 뒷머리에 둔기로 맞은 듯한 상처가 있고 사고지점에 대한 김씨 진술이 엇갈리는 점, 장 선생이 유신을 반대한 민주인사로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정보기관에 의한 타살가능성이 줄곧 제기돼 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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