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가 길어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외부 악재에 민감한 시장에서 하루하루 종목을 찾아 옮겨다니다 보면 오히려 매매타이밍을 놓치고 시장 흐름과 거꾸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기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체크할 수 있는 ROE(자기자본이익률)를 주목하라"고 권한다.▶왜 ROE인가
ROE는 기업이 주주들의 투자자금을 운용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올렸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총계로 나눈 값으로 자본에 대한 수익성을 비율로 표시한다.
주주의 자본이 100원인 회사가 그해 10원의 이익을 냈다면 ROE는 10%다. 자기자본이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경영효율성이 높다는 의미가 되고 은행이자보다 낮으면 경영을 잘못했다는 증거다. 때문에 해외펀드 등 다국적 투자기관들은 펀드를 운용할 때 주요 투자지표로 활용하고, 그룹에서는 계열사 경영자 평가 때 주가와 ROE만 보기도 한다.
현대증권 장선희 연구원은 "ROE는 기업의 외형상 규모보다는 수익성과 효율성을 체크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며 "높은 ROE에도 불구하고 시장보다 더 큰폭으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은 낙폭과대에 따른 가격메리트가 부각될수 있고 지속적으로 ROE가 상승하는 기업은 새로운 가치주로 자리잡는다"고 말했다.
▶실적장·하락장에서 모두 유리
ROE지표는 향후 실적을 얘기한다. ROE가 높은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사업밑천이 탄탄하다는 것.
외환위기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과거처럼 이익이 나도 이를 계열사의 빚을 갚는데 써버리는 등의 사례가 많이 사라진 요즘엔 기업이익이 고스란히 회사 자산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고 이 자산은 다시 높은 이익을 만들어낸다. 주주가 투자한 원금이 꾸준히 증가하기 때문에 장기투자에 유망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후 국내증시의 빠른 회복과 주가상승의 배경으로 한결같이 수익구조 개선에 따른 ROE상승을 꼽는다. 국내 상장기업의 ROE는 2001년 증시 사상 처음으로 조달금리를 상회했고 올들어 10%를 넘어 하반기 이후 미국 경기가 회복될 경우 내년 ROE는 올해보다 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올 4월 주가지수가 900을 돌파했을 때 'ROE혁명'이라는 말이 터져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증권 이강혁 연구원은 "최근 가치주·실적주로 평가받는 종목의 대부분은 ROE가 높은 기업"이라며 "ROE가 은행 금리를 웃도는 구조적 변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지표는 실적장은 물론 조정장에서도 중요한 투자지표"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최근 4년 연속 ROE가 10%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종목과 최근 4년간 ROE가 지속 상승하고 있는 종목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식음료 등 내수주와 국내 대표 IT(정보기술)주로 양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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